[안과 밖]남북 철도에서 생긴 일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 밖]남북 철도에서 생긴 일

  • 승인 2007-05-17 00:00
  • 신문게재 2007-05-18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철마는 달리고 싶다. 그 오랜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 휴전선을 지나 남북 철마가 달린 것은 역사적인 방점(傍點)이 찍힐 만한 성취물이지만 이제 겨우 시험운행이다. 산적한 과제가 너무 많다.


그 시간표가 북측의 태도와 사정에 좌우되지 않을지 걱정되고 의심마저 든다. 재원 분담, 군사 보장 등 수다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고 갓 걸음마를 뗀 민족적 사업인데 사소한 것 하나쯤 대승적으로 지나쳐줄 아량도 필요하다.

그러나 작은 태도 하나로 전체를 유추할 수 있는 법. 실무회담 때 북측 박수림 육군 대좌(대령급)가 우리측 문성묵 대령(국방부 북한정책팀장)을 대하는 품이 바로 그런 것이다. 문 대령의 15분 지각에 대해 “기분이 잡쳤다”면서 ‘군사행동`에서의 시간의 중요성을 훈계해 뜨악하게 한 대목은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시간을 못 지킨 것은 외교상 결례다. 그래도 보름달 뜨면 만나자 약속하던 한민족끼리 옛정을 생각해서 물렁하게 넘어가도 좋을 사안이었다. 비약하면 북측의 깐깐함은 남북 철도와 우리 당국, 전체 우리 국민을 어떻게 여기느냐의 잣대가 될 만한 기준이나 척도라고 본다.

15분이 하잘것없다는 뜻이 아니다. 방송이라면 15분이면 1쿼터로 제작자 입장에서는 그 안에 피 말리는 승부를 내야 한다. 쿼터리즘(15분주의)이라고, 15분 이상 집중 못하며 약속도 자장면 배달도 15분을 더 못 참는 게 또 요즘 세태다. 시간 도둑이 제일 나쁜 도둑이라지만, 1쿼터도 안 봐준 사람들과 장차 민족의 큰 사업을 도모해나갈 일이 염려스럽다.

원래 시험운행은 작년 5월로 예정됐었다. 북측이 예정일 하루 전에 난데없이 운행 불가를 통보해 지금에야 이뤄진 것이다. 가마솥 밑이 노구솥 밑을 검다 한다는, 북한 속담에 딱 들어맞는 경우다. 그때 뒤통수를 되게 맞고 1년이나 묵묵히 기다렸는데 15분 때문에 몽니를 부렸다. 늦다고 흠잡는 사람들은 빨라도 타박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우리의 저자세다. 핵무기를 희롱하는 군사 대결에 비해 남북 철도가 아무리 섹시한 방법이라도 스스로 자존심 구기며 자괴(自愧)거리가 될 이유는 없다. 또 있다. 남북 열차를 마치 연애할 때 놀이공원에서 짜릿한 제트 코스터를 타는 걸로 착각할지 모르겠는데, 그런 두근거리는 기분을 남북 ‘당국자`만이 아닌 온 민족에게 전파되게 하라는 것이다.

남북 철도의 미래는 어떨까?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 연결이 가능할까? 그 모든 키는 우리가 쥐어야 한다. 특히 돈 쓰고 쓰레기 치워주는 일은 삼갈 일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상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 했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말고는 오히려 다른 문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