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막노동꾼에서 벤처기업 이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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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막노동꾼에서 벤처기업 이사로

28년만에 토해낸 시대의 아픔 고산지 시인의 ‘짠한 당신’

  • 승인 2007-05-17 00:00
  • 신문게재 2007-05-18 10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 두 권의 시집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28년만에 두번째 시집을 펴낸 고산지(본명 고영표) 시인의 `짠한 당신`(그림과책 刊). 이 시집에는 암울한 현대사와 개인적 역경 그리고 그것을 이겨낸 시인의 체험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 시인은 70년대 중반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옥고를 치른 경험을 갖고 있다. 79 첫 시집을 펴낸 뒤 두번째 시집까지 30년가까운 시간이 걸린데에는 시인의 개인적 아픔이 함께한다. 출소 후 사업에 실패해 일본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시인은 아픔을 이겨내고, 현재 대덕밸리에서 시작한 벤처기업 (주)나노신소재 이사로 재직 중이다.

"첫 시집 출간 당시는 시만이 시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고 말하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 가족과 자연, 민족과 종교 등 28년간 못다한 이야기를 포괄적으로 담았다.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건과 광주항쟁 같이 당시 세상에 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도 이번에 수록됐다. 표제가 된 `짠한 당신`은 어려운 시기를 인내하고, 함께 해 준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노래하고 있다.

네번째 시집 `즐거운 세탁`(도서출판애지 刊)을 출간한 박영희 시인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8년간 옥고를 치렀다. 식민지 광부징용사를 연구하기 위해 91년 북한에 들어갔던 탓이다. 시집 출간은 출소 후 2001년 감옥 생활을 정리한 `팽이는 서고 싶다` 이후 6년만이다. 시인은 "서정성에만 치우쳐 가는 우리 시문학의 현실을 보며 한 동안 출간을 망설인 끝에 다시 시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박 시인의 시는 대부분 일상에서 출발한다. 그는 "세탁이나 설거지 같은 일상의 소재에서 시대를 읽고, 역사를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질긴 희망`과 `국경을 넘는 밤` 같은 시에는 그가 느끼는 분단의 아픔과 체험이 생생히 드러나 있다. 이번 시집에는 최근 그가 북만주 기행을 다니며 만났던 일상의 풍경도 담겨 있다. `전과자`라는 짤막한 시에는 `우산을 쓴 그대에게 뛰어들기엔 내 옷이 너무 많이 젓어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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