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헌 전 안성군수 |
경북 안동에서 땅 한평 갖지 못한 농부의 여섯째 아들로 태어나서 아버지의 숙원을 풀어드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땅을 갖는 것이 소원이었다. 대학 조교로 월급생활을 시작하면서 모은 돈으로 수원에서 150평의 텃밭을 사둔 것이 1967년 경기도청이 이전하면서 수십배로 값이 치솟자 이를 팔아 당시 변두리 가장 값이 싼 공동묘지 앞 토지를 1000원씩 3000평을 사두었다. 이 땅을 근 30여년 동안 잊고 있었는데 하루는 모 건설회사 사장이 찾아와 그 땅을 구입하겠다는 제의를 하였다.
내용을 알고보니 공동묘지가 아파트 단지로 용도변경되어 3000평의 땅이 상가조성지역으로 변한 것이다. 그는 이 땅을 40억원에 판매하여 오늘의 ‘동산식물원’ 조성 기금으로 마련하였다.
전원생활에서 가져야 할 몇가지 덕목이 있다. 농사일에 취미를 갖고 꾸준히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특히 전혀 연고가 없는 경우에는 동네 인심을 잃으면 매사는 모두 실패한다. 우선 마을 대표자인 이장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서울 순천향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병실로 찾아가 정중히 문병을 하여 나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인근 아우내 장터로 장날 농산물과 산채를 판매하러 가는 마을의 할머니 아주머니들을 차량을 손수 운전하며 안전하게 수송해 환심을 샀다.
그는 전에는 제자들이 와서 주례를 서 달라고 간청하여도 모두 거절하였으나 마을 주민들이 서 달라는 주례는 모두 들어주어 ‘주례박사’라는 칭호를 듣게 되었다.
천안시 동면 덕성리는 산골짜기 깊숙이 자리잡은 마을이라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고립무원의 마을이다. 이에 제설기를 덤프트럭에 달고 새벽같이 제설작업을 하여 이제 이곳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고광출 박사는 우리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될 은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주위의 친한 친구들은 그를 두고 “사서 고생하는 미친 사람”이라고 말한다. 8만여평의 야산을 정규 직원 한명 없이 혼자서 ‘정원식물원’을 개발하는 동안 손가락이 잘리고 늑골이 부러지는 사고를 겪어 온 몸이 상처 투성이다. 그러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어도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한다.
그는 우리 조상들이 남긴 별서정원 양식에 원예적 기술을 조화시킨 아름다운 한국정원을 만드는 것을 꿈으로 삼았다. ‘동산식물원’에는 자연림을 배경으로 우리 꽃을 많이 심었고 빈자리를 도입종으로 채웠다.
이 식물원은 전통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만든 창작품들이 있어 한층 돋보이게 한다. 강의실, 정자, 종각, 용궁루 등 모든 건축물은 한옥이다. 대형 고려청자 주병형 돌탑, 범종 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라는 무게 4t짜리 한국형 범종, 학 모양의 지형에 위치한 정자에 오르면 학을 타고 신선된 기분을 느끼는 우학정, 별주부전의 토끼와 거북상, 부의 상징인 돼지 모자상, 오적으로 만든 십이지상 조각상, 식물원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 인공 폭포, 무술궁도장이 있다. 또한 이곳에는 황금박쥐 서식처도 있다.
웰빙은 인간이 자연과 가장 친근할 때 이뤄진다. 아름다운 산하를 보면서 숲속을 함께 걷는다면 심신이 건강해 질 수 있다. 이곳은 울창한 숲속 길이 많아 앞으로 유력한 의료기관과 결연하여 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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