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화作 '폐가' |
1960년대 도시화의 그늘을 노래한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둘기`. 2007년 대전의 도암동, 그곳의 비둘기도 번지를 잃었다. 도심 속 섬처럼 남아있던 도암동의 시골스런 정취를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아쉬움을 달래며 사라져간 도암동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전시회가 열린다. 목원대 동양화 전공 학생들이 준비한 `목원한국화전`.
서남부 개발에 휩쓸려 흔적을 잃은 도암동은 목원대 학생들에게는 학교가는 길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학교가는 길-도암동`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목원한국화회는 그 학교가는 길의 풍경을 그림에 옮겨 지난 15일 은행동 에스닷갤러리에 내 걸었다. 학생들의 지도를 맡은 정황래 교수는 이번 전시회를 "그냥 그림이라기 보다는 도암동에 대한 하나의 기록"이라고 표현했다.
17명의 학생들은 1년 가까이 이 전시회를 준비했다. 때로는 눈과 비를 맞으며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또 그렸다. 방진태씨(동양화전공. 3)는 "현장의 생생함을 그림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림 속의 집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갈때면 내가 살던 집이 없어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학생들은 주민들과의 부대낌도 마다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접근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사람에서 손수 깻잎을 따 주던 할머니까지 모두가 추억의 한 장면이다. 비록 사람은 등장하지 않지만 그들의 그림 이면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이유다.
이제는 도안동의 집도 사람도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그림 속에는 학교 옆 벽돌공장의 모습도, 호박넝쿨 걸린 담장의 모습도 그대로 살아있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만큼 학생들의 작품 속에서는 계절과 시간의 변화도 느껴진다. 붉게 물든 가을 도안동 길, 눈 쌓인 벽돌공장, 사람이 떠나고 반쯤 폐허가 된 집의 풍경 등 모두가 역사의 한 장면이다.
정황래 교수는 "잊혀져 가는 것 그리고 우리가 잊고 사는 것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며 "아직 공부하는 학생들이라 작품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그림에 담긴 애정 만큼은 기성작가들 못지 않다"고 말했다.
수묵과 담채를 사용해 학교가는 길의 일상적 풍경을 묘사한 작품 20여점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2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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