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는 산별노조로 전환됐더라도 일부 회사의 경우 사측의 강력 반대로 개별사업장 차원에서 교섭을 진행했으나, 노동계가 올해를 산별전환 교섭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강력 대응키로 했기 때문이다.
산별노조는 동일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전체에 의해 조직된 노조로, 단체교섭과 파업 등의 단체행동이 모두 중앙의 책임과 지침에 따라 이뤄져 기업별 노조보다 강력한 교섭력을 발휘한다.
대전지역에서 올해 산별노조 교섭의 최대 관심은 금속산업별노조다. 민주노총 주력부대로, 대전에서는 (주)한라공조와 (주)한국로버트보쉬기전이 대표적이다. 보쉬는 지난 2001년, 한라공조는 지난해 산별노조로 전환했다.
산별노조 교섭은 3단계다. 우선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의 교섭을 거쳐야 하고, 이후 지부집단교섭(대전·충청)과 지회교섭(개별사업장)까지 타결돼야 교섭이 마무리된다.
한라공조와 보쉬 경영진 측이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는 25일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 첫 상견례가 잡혀 있지만, 상당수의 회사 경영진이 협상테이블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대 규모인 현대차의 행보에 기아와 쌍용은 물론 한라공조와 보쉬 사측이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불참으로 중앙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부집단교섭에 참여하지 않고, 개별사업장과의 협상만 하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라공조 사측 관계자는 “관건은 현대차가 사용자단체에 가입해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도 고민이다.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 교섭 부결로, 파업을 선언할 경우 개별사업장까지 파업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달 말 예정된 지회교섭 역시 중앙 교섭 타결 없이는 무의미한 상황이다.
이강남 한라공조 지회장은 “회사가 산별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라며 “그렇다고 중앙 지침에 따라 파업할 경우 조합원들을 이해시켜야 하는 문제가 만만치않다.”라고 말했다.
보쉬 지회 관계자는 “그동안 산별교섭이 성사되지 않아 사측과 개별 교섭을 벌여왔다.”라며 “산별노조를 잘 아는 독일 출신 사장이라 그런지 임기만료(6월)를 이유로 사용자단체 가입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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