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의원이 또 당적을 바꾸었다. 그가 당적을 바꾼 것이 무슨 대수냐고 되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에겐 당적을 바꾸는 것이 이젠 별 대수롭지 않은 문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민주주의 중 정당정치를 구현하는 나라에서의 정당이란, 그 정의가 ‘정치적인 견해나 이념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권을 창출하고 정치적 이념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기록적으로 여덟 번씩 정당을 옮긴 이인제 의원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이 당적을 옮긴 과거를 갖고 있다. 정치에 입문하는 새내기 정치인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이나 정치적 색체에 맞는 정당을 등에 업고 어렵사리 입문을 하고나면, 회기 중에도 당적을 너무나 쉽게 바꾸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회의원들이다.
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에는 그 후보의 인물 됨됨이 뿐 아니라 그가 소속한 정당도 이념적 동료의식을 갖고 투표에 임한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일자무식의 촌로라도 그 정도는 알고 투표에 임하고 그를 지지하여 정당한 한 표를 행사한 것이다. 유권자의 한 표는 그를 대표자로 선출하여 권한을 부여하였지만, 또 한편으론 그에게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결국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을 그를 대표자로 뽑아준 지역구 유권자들의 대리인일 뿐만이 아니라 그 지역구의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그가 속한 정당의 이념 또한 지지한 것이다.
한 지역의 지역구 국회의원은 본인의 잘 난 인물 때문에도 당선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그의 정치적 이념과 신념을 유권자들이 지지한 것이다. 결국 그의 인물 됨됨이와 아울러 그가 속한 정당 역시 지지한 것이다. 그러므로 당적을 그리 쉽게 옮기는 행위는 어떻게 보면 기만행위이며 유권자들을 얕잡아 본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개인의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를 생각하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변명이 될 수 없음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국회의원들을 철새라 칭한다. 철새는 말 그대로 철을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사는 새를 칭한다. 우린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철새를 우리의 대표라고 뽑았다. 우리의 판단이 너무나 어리석어 비참하기까지 하다. 이런 철새 정치인들은 앞으로 선거전에 선관위에 제출하는 후보등록 서류의 정당 기입란에는 필히 연필로 써주면 좋겠다. 지우기 편하게 말이다.
이제 우리 유권자들이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앞으로 몇 개월 후엔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있다. 이때 우린 정확한 판단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인물을 선출해야 된다. 현명한 판단으로 후회 없는 선택을 하여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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