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김강우)는 성실한 지하철 기관사다. 어느 날 한 여자가 그가 모는 열차에 뛰어 들어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한다. 충격에 휩싸인 만수는 특별휴가를 얻어 경의선 열차에 오른다.
한나(손태영)는 독문학을 전공한 시간강사. 유학 시절 알게된 선배와 비밀스런 관계를 계속한다. 선배의 부인이 불륜을 알게 되고 선배도 등을 돌린다. 뭐 하나 뚜렷한 미래도 보이지 않고. 떠나려는 열차에 몸을 싣는다.
작은 영화답다. 섬세함으로 조금씩 관객을 끌어당기는 점에서 그렇다. 아주 작은 부분 들. 이야기 구조의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인물의 심리묘사 하나하나가 설득력을 가져야 관객들은 작은 영화를 쳐다봐 준다.
상처 받은 남녀가 서로를 공감하며 상처를 치유한다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흔한 스토리지만 영화는 잘 짜여진 구도와 서정적 화면, 음악 등을 통해 제 나름의 맛을 낸다. 무리하게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서서히 감정에 젖도록 만드는 영화적 연출이 참 맛깔스럽다. 절제된 문어체 말투는 단편 문학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두 남녀가 마음을 열며 대화를 나누다가 마침내 한 사람이 가슴 속에 품은 고통과 상처를 절절이 토해내고 다른 사람이 그의 떨리는 등을 떨리는 손으로 쓸어줄 때, 그 따뜻한 위로가 관객에게 그대로 전이되는 특별한 순간이 이 영화에는 있다.
작은 영화라서 그런지 상영도 전국 10여 개 극장에서만 한다. 대전은 프리머스에서 만날 수 있다. 작지만 할 말은 다하는 썩 괜찮은 영화다.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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