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전통을 지키고 사는 풍수지리사 박지만(임채무)의 당찬 딸 은호(유진)와 강남 부동산 졸부 심말년(김수미)의 철없는 아들 기백(하석진)이 벌이는 ‘결혼 성사 대작전`. 꼬장꼬장한 박지만은 허영심 가득한 마마보이 기백이 가당치도 않고, 가난이라면 치를 떠는 심말년은 궁기가 줄줄 흐르는 은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심 여사의 심기를 뒤트는 일이 있으니 죽어도 땅을 팔지 않겠다는 고집불통 땅 주인. 그게 박지만이다.
얼굴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깎아내기기 바쁜 심말년과 박지만의 치고받기가 웃음을 끌어낸다. 둘은 아들 딸을 갈라놓기 위해 연합작전을 펼치다가 모종의 유대마저 느끼게 된다.
영화 속 유머의 90%는 이미 평균적 관객들이 익히 알고 있는 것들. 임채무가 모레노 심판을 패러디한 CF를 다시 써먹고 윤다훈_안연홍 커플도 시트콤 ‘세친구`의 모습 그대로다. 달라진 게 있다면 욕쟁이 캐릭터를 굳힌 김수미가 영어로 욕설하는 정도.
그래도 역시 김수미다. 영화의 주인공은 스크린 데뷔전을 치른 유진이 아니라 김수미다. 이 ‘못 말리는 엄마`는 상투적이긴 하나 김수미의 연기가 무의미한 클로즈업 숏들은 꽉 채운다.
웃자고 만든 영화를 놓고 이것저것 따진다는 게 우습긴 하지만 이미 확인된 것들을 모아 ‘섞어찌개`를 만들고 ‘안전빵`으로 가려는 의도는 이건 아니다 싶다. 관객에게 ‘재확인`시키는 건지. 따지지 말라고? 따지지 않는다면 가볍게 웃고 즐길 순 있겠다.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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