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 부장 사에키(와타나베 켄). 성실한 일처리로 회사의 신망이 두텁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건망증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아내 에미코(히구치 카나코)의 강권으로 병원에 간 사에키는 알츠하이머병이란 진단을 받고 충격에 빠진다. “이제 겨우 마흔 아홉인데…, 한창 일할 나이인데….”
감추려할수록 증세는 더 깊어지고. 사에키는 딸의 결혼식을 치른 후 사직하고 본격적인 투병 생활에 들어간다.
사람에게 기억을 잃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기억을 인간이란 존재를 규정하는 결정적 요소로 묘사한다. ‘내일…`은 그러나 고통스럽지만 그것도 삶의 한 부분이라고 들려준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답답한 마음에 찾아간 옛 도예선생은 “누가 나더러 미쳤다는 거야! 그런 건 내가 정해. 살아있기만 하면 돼. 살아있으면 된다구”하고 소리친다.
눈물 가득한 휴먼 드라마이긴 하다. 하지만 영화는 끊임없는 절제와 성찰의 미덕으로 평범한 영화에서 비범한 영화로 도약한다. 눈물을 요구하지도 희망적 메시지를 불어넣지도 않는다. 기억을 잃어가는 한 남자와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심경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그게 가슴 아프다.
‘라스트 사무라이` ‘게이샤의 추억` 등에서 위엄 있는 동양 남자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구현해온 와타나베 켄은 할리우드 출연작에서와 전혀 다른 연기 스타일로 혼신의 힘을 다한다. 진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 슬프다.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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