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말 부터 소비자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복잡한 절차 없이 50명 이상의 소비자가 같은 피해를 보았을 경우, 정부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분쟁에서 해결이 안될 경우에는 줄소송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대형 건설업체들은 자체 법무팀을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기본법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아파트 시공과 관련해 하자가 발생했을 때 주민이나 입주자대표 등이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거나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했다.
대다수 입주자들은 절차도 복잡하고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아 그냥 참고 살거나 시공업체와 적당한 선에서 해결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소비자기본법은 훨씬 강화된 소비자 주권보호 장치여서 자칫 대형 소송으로 비화될 경우 기업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나 경제적 손실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건설업체들은 입주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아파트 품질 등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고 고강도 부동산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분양가상한제, 원가공개 등 금전적 문제까지 결부돼 더욱 첨예한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체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실제로 대전 N아파트 입주자들은 지난 1994년 입주 후 외벽 균열 등으로 수차례 하자보수를 실시했음에도 하자가 생겨 지난 2004년 시공업체들을 상대로 26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전지법 제3민사부는 지난달 25일 N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하자보수와 관련, 시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시공업체들은 5억7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 2월 21일에는 대전 L아파트 입주자 대표 6명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균열에 따른 하자보수비용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법원은 "시공업체는 주민들에게 5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처럼 아파트 입주자들의 권리찾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기본법 시행은 건설업체들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이로 인해 건설업계에서는 소비자 주권찾기 시대의 최대 희생양이라는 볼멘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A건설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반기업 정서가 높아지는데다 집단민원, 소송 건수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어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B건설업체 대표는 "아파트 시공시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완벽한 관리감독을 하는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기본법을 떠나 좋은 아파트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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