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마당]감사한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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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마당]감사한 봄날

  • 승인 2007-05-07 00:00
  • 신문게재 2007-05-08 20면
  • 어경선 맑은마음 정신과  원장어경선 맑은마음 정신과 원장
참으로 오랜동안 쫓던 것이 있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의식이란 것을 하고부터 지금까지 줄곧 쫓아왔던 듯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자유롭게 훨훨 날고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가고싶은 곳도 마음대로 가고, 하고싶은 공부도 자유롭게 해 보고, 방해받지 않고 침묵 속에 깊이 잠겨도 보는 그런 바램이지요. 그러려면 제일 먼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죽을 때까지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경제적 안정을 구축하는 것이란 생각이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를 바라보는 형제들, 부모님들 모두에게도 그런 안정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자유로울 수 있을 것같았습니다.
자주 급하고 욕심을 내고 무리를 했었습니다. 급한만큼 생각대로 되진않아 난감했던 적도 많습니다. 귀도 얇아지고 마음도 가볍게 흔들렸습니다. 모으기는 커녕 속된 말로 까먹고 있어 한심하기도 했습니다. 자책으로 몇날 며칠 밤잠을 못 이룬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서점에서는 자기계발서나 재테크 관련 책자가 넘쳐나고 매스컴에서는 연일 그 욕망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우리의 눈길을 잡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여우가 포도를 지나치듯 이것을 쫓다가 ‘내게는 저것이 어울려`하면서 저것을 쫓아보고 또 다른 것을 쫓고 했었습니다. 위를 살피면서 좌절하고 그러다 또 아래를 보고 위안도 받았습니다. 이제는 때때로 일부러 아래를 쳐다보면서 스스로를 위안할 정도의 요령도 터득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 이정도로는 턱도 없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 했습니다. 위, 아래만을 보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언제나 위는 있게 마련인데...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럴 때는 왜 못 버리냐고 스스로를 꾸짖기도 했었습니다.

저만의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분들께서는 대개 제 마음 속 이야기를 들려주시기 때문입니다. 서점에 그런 책이 넘치는 것이나 매스컴이 우리의 욕말을 자극하는 것은 우리 안에 공통적으로 그런 불안과 욕망이 있다는 반증이니까요. 어쩌면 그것을 통해 제 생각이 타당하지는 않으나 보편적임을 느끼면서 위안을 받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비록 틀렸지만 내 편이 많다고 느껴지면 푸근해지니까요.

그렇게 살았습니다. 들꽃의 향연이 완연하던, 햇살 따뜻한 날, 순간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해탈하거나 득도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리 저리 쫓기고 그 가운데 이런 저런 궁리를 하고 그러다 안도하고, 또 아둥바둥하는 것이 삶이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만일 그것이 없다면 그게 바로 죽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말입니다. 그런 아둥거림을 벗어난 것이 자유로운 비행이라고 꿈꾸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꿈이란 생각말입니다.

호구지책이란 말이 있습니다. 죽지 못 해 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왠지 처연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그렇게 호구를 위해 사는 것이 삶인데... 지금 이 일로 호구를 위해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집니다. 많이 소박해졌지요. 이제는 무엇을 위해 살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그 살아있음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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