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연종 전 충남도 건설교통국장 |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를 하면 적당히 대충대충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설마 무슨 사고가 일어나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일처리를 하기 때문이다.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여 그 위험성도 잘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전문직 공무원은 부실시공의 위험성이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엉터리 시공을 하기가 그만큼 어렵다.
따라서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은 안전시공을 위해서라도 전문성을 살려 인사를 해야 한다. 도시계획 분야는 그 분야에 대해 많이 알고, 경험이 있는 공무원을 써야 하고, 건설 분야도 그쪽 업무에 밝은 사람을 써야 한다. 건축, 농지, 도로 등 분야마다 전문가가 있고, 그들을 그 분야에 배치하는 게 원칙이다.
1970년대부터는 국토의 대동맥인 고속도로건설을 비롯하여 대형 SOC건설과 생산시설 확대건설에 이어 우리의 건설기술이 해외공사의 수주진출로 경제성장 발전에 주춧돌 기능과 선도적인 역할을 했음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1994년 10월 한강을 횡단하는 성수대교가 준공된 지 15년만에 상판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1995년 6월엔 삼풍백화점이 개관한 지 6년만에 붕괴돼 대형 인명사고를 냈다.
모든 개발과 건설공사는 내구 연한 이상 기간 동안 하자 없이 관리 사용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예상치 못한 붕괴사고가 발생하였는가?
첫째, 조속한 시공을 제일로 삼던 풍토에 있을 것이다. 1970년대 이후 경제성장의 토대인 개발과 건설의 목표달성을 위한 저렴한 공사비와 사용건설재료의 투입 그리고 단기간 내에 공사를 완공하면 그 공헌도를 인정하여 공로자에 훈포장과 포상금 등을 내려주는 것이 당시 국가경제성장에 공로와 주민 불편해소에 총체적인 공헌으로 당연시하였다. 이런 풍토가 부실 시공이 원인이었다.
둘째는 전문성 부족에 원인이 있었다. 시설별 전문성과 연구개발 등 치밀한 노력으로 대처하여 예방할 수 있으려면 설계시공 관리의 전문성이 기본이다. 설계자와 시공 현장 관리자는 설계도면에 따라 안전성과 내구성이 확보되도록 안전한 시공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인력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만약 기술 인력의 기능과 전문성을 무시한 인사를 하게 되면 인재(人災)를 유발하고 개발과 건설공사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만 발생시키게 될 것이다.
자연재해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는 재난이지만 인재(人災)는 전문성과 연구개발 등 치밀한 노력으로 대처하여 예방할 수 있다. 인재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설계시공관리에 전문성이 기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술직 인사를 할 때는 업무와 공무원의 전문성을 연계시켜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고참이라고 해서 소위 괜찮은 자리에 앉히거나 하면 업무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또 결국에는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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