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벤더스를 처음 만난 건 ‘베를린 천사의 시’였다. 세계적인 거장의 걸작이라는 문구에 현혹됐을 것이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영화를 보다가 졸고 말았다. 지루하고 어렵다는 지레짐작을 하고 있던 그를 다시 만난 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었다. 음악 다큐멘터리지만 그 어떤 웰 메이드 극영화 못잖은 재미에 감동에 푹 빠졌다. 음악에 대한 열정엔 ‘뉴 저먼 시네마의 전설’ ‘로드무비의 거장’ 같은 수식은 끼어들 틈도 없었다.
빔 벤더스는 1970년대 중 후반, 세계 영화계를 풍미했던 이른바 ‘뉴 저먼 시네마’가 배출한 세계적 거장. 그의 과거와 현재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빔 벤더스 특별전’이 대전아트시네마에서 9일까지 계속된다. 그를 거장 반열에 올려놓은 ‘베를린 천사의 시’, ‘도시의 앨리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등 전형적 수작 로드무비, 개인적으로 최고작으로 꼽는 ‘파리 텍사스’도 만날 수 있다.
빔 벤더스의 최근 영화를 본다는 건 그를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가슴 아픈 일일지도 모른다. 과거에 비해 의미 있는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지나 시적 표현에 의지한 멜랑콜리한 경향에서 벗어나 가족애(돈 컴 노킹) 등을 담은 영화는 쉽고 현실적이고 훨씬 가슴에 와닿는다.
‘부에나 비스터 소셜 클럽’은 놓치지 마시길. 기존의 HD가 아니라 필름본이다. HD 소스를 필름으로 옮기느라 화면이 거칠어지긴 했지만 거친 느낌이 오히려 음악과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다.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 관객들이 왜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부에나…’는 4일 오후 8시 10분, 6일 오후 5시 40분, 7일 오후 8시 10분에 상영된다. 문의 (042) 472-1138 대전아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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