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어린 낚시꾼의 낚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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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어린 낚시꾼의 낚시담

  • 승인 2007-05-03 00:00
  • 신문게재 2007-05-04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비 오는 날 돌아다니는 것은 미친개와 낚시꾼뿐이라 한다. 나는 빗속에서 낚시를 하고 때로 노래를 부른다. 그러니 비 내리는 날 어느 호수나 강을 지나다 미친 낚시꾼을 보면 걱정하지 말기를. 그 미치광이가 바로 나니까. ―폴 퀸네트,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할 때가 온다』


폴 퀸네트 식의 내 ‘인생의 어느 순간’은 이미 지나간 시절인 셈이다. 어찌 물고기 잡는 것만을 이를까만, 너무 일찍 낚시를 배워 너무 일찍 천렵의 맛과 더불어 풋내 나는 인생을 알아버렸다. 비록 양어장에서 퐁당거리는 수준이었으나 그 기억을 더듬어 낚시꾼의 심중을 겨우 헤아리고 있다.

그때의 낚시는 목적이 선명했다. 순전히 별미용이었는지라 잡힌 물고기는 즉석 매운탕 재료가 되기 바빴다. 마음수련이나 때를 기다리며 세상 낚는 그 근처엔 알찐대지 못한 대신에 기본 조리법과 생선의 선도를 분별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로버트 풀검이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걸 유치원에서 배웠다면, 난 초등학교 악동 친구들과의 값진 그룹스터디로 배웠다.

요새는 취미로서, 수단으로서의 낚시를 고수하는 강태공들이 꽤 되는 모양이다. 직업이 아니라면 어로행위로 생각하는 경향은 찾기 드물고 애당초부터 고기를 놓아주는 재미로 잡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문용어로 ‘캐치 앤 릴리즈’라 하여 잡는 손맛과 놔주는 손맛을 동시에 즐기려는 타입이다.

어느 낚시꾼이 고기를 낚을 때마다 자로 길이를 재서 물에 던지기를 되풀이했다. 곁에서 구경하다가 하도 신기해 까닭을 물으니 자기 집 냄비보다 긴 고기는 버린다는 것이었다. 캐치 앤 릴리즈 호사와는 또 달리, 고도의 상징을 갖춘 우화다.

작은 고기만 잡고 큰 고기는 버려, 반대로 큰 고기만 잡고 작은 고기는 버림으로써 자율성이나 창의성, 다양성이 깡그리 무시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예컨대 경제란 무엇인가. 시장이라는 바다에서 물고기 잡기를 배우는 학문이 경제 아닌가.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자고 흔히 말은 하면서 ‘지(知)본주의’ 사회의 전형, 그걸 못 가르쳤다.

고기를 덥석 잡아 안기는 행위가 교육인적자원은 몰라도 민주시민 양성에는 미흡했다. 세계 11위의 경제규모지만 교육 부문만 뚝 떼면 59위인 것과 우리의 물고기 잡는 법은 무관하지 않다. 배웠더라도 그저 많이, 빨리 잡기만을 배워 양손 가득한 물고기는 이내 무용지물이 되고는 한다.

내가 잡은 물고기가 풍성한 식탁에 기여함을 알면 낚시질은 즐겁다. 나아가 물고기를 잡는 이유나 가치, 맛깔진 요리법과 깔끔한 뒤처리까지를 가르칠 일이다. 어떻게 나눠먹을지가 부가되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버려야〔疏〕 통한다〔通〕는 소통(疏通)의 역설마저 깨닫는다면 낚시 9단의 경지이니 더 논할 계제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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