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미완성 영화 예매권 등 관심 줄이어
양 감독의 필모그래피엔 ‘암과 대머리’가 있다. 각종 영화제에서 관객의 호평을 받은 이 장편 독립영화는 시한부 삶을 사는 40대 가장이 가족들에게 작은 선물을 남기는 이야기다. 아프지만 꿋꿋하고 다감하며 따뜻하다. 그런 따뜻한 시선이 ‘꿈은…’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내게도 뒷골목을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세상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았죠. 그 진창에서 나올 수 있었던 힘은 어머니, 그리고 주위의 사랑과 관심 덕분이었습니다. 사회의 부담으로 살 뻔한 내가 영화감독이 된 것도 햇빛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고, 싸우는 것보다야 사랑하는 게 낫고, 부정보다 긍정이 낫고, 절망보다는 희망이 낫지 않습니까. 세상엔 희망이 있습니다.”
‘꿈은…’은 충북 옥천에 있는 영실애육원의 할렐루야 골프단 이야기다. 골프선수였던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백성기 목사가 지난 2002년 보육원생 12명으로 창단한 골프단이다.
‘꿈은…’을 미리 본 사람들은 감동뿐 아니라 기적이 있는 영화라고 들려준다. 영화의 한 장면. 파출소에 끌려간 아이는 “가족이 없다”고 말한다. 이때 아이를 찾으러 온 여운계씨가 소리친다. “누가 가족이 없다는 거야!” ‘꿈은…’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말썽을 피운다는 이유로 사회가 소외시킨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라고 부추긴다. 영화에 출연한 보육원 아이 중엔 이틀에 한번 꼴로 발작을 일으키는 아이가 있다. 그런데 영화를 찍으면서 단 한 번도 발작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한다. 주위에서 진심으로 대해준다면 사람의 몸과 정신은 얼마든지 치유될 수 있다는 걸 웅변한다.
영화를 위해 후원회가 만들어지고 완성되지 않은 영화임에도 예매권을 판매하는 것은 영화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고무적이고 고맙습니다. 대전에서 영화를 하는 일이 힘이 들었지만 이젠 행복합니다. 자신감도 생겼구요. 시민들의 이런 관심이 영화뿐 아니라 문화 예술 전반으로 확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영화가 성공하면 기대는 더 커질 것이고, 지역의 문화 예술인들도 자극을 받게 되겠죠. ‘꿈은…’을 검색하는 이들이 꽤 늘었습니다. 대전에서 1만 명만 든다면 불이 붙을 것 같습니다.”
‘암과 대머리’는 암으로 투병하는 이들의 이야기이고 아버지의 이야기이며 양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양 감독은 40대에 영화라는 치명적인 병에 걸렸다. ‘그것밖에 할 게 없어서’ 시작한 영화를 통해 주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려 한다.
-대전에서 영화를 만드는 건 어떤 의미인가.
“우리나라는 모든 게 서울 위주입니다. 지방에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직까진 힘이 듭니다. 하지만 미래가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열린다면 대전만한 인프라를 갖춘 곳은 없습니다. 전자통신연구원의 컴퓨터그래픽 기술, KAIST의 문화대학원 등등 기술도 콘텐츠도 있지요. 영화 관객도 인구 비율로 따지면 전국에서 2위입니다.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거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었다면 벌써 활동무대를 옮겼을지도 모르죠.”
‘꿈은 이루어…’라고 뒤에 ‘진다’라는 말을 굳이 뺐는지 알 것 같다. 보육원 골프단의 꿈, 또한 양 감독의 꿈 모두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때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번엔 시민들의 차례다. ‘꿈은…’의 꿈을 이루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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