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용’자가 위에 하나, 아래에 둘→‘용이 가는 모양 답’,
‘용 용’자 넷(위 둘, 아래 둘)→‘말 많을 절’(※ 64획. 기네스북 등재)
상황이 바로 그렇다. 우리가 실체를 미처 모르고 있거나, 비싼지 싼지 진짜 속내를 안 드러내는 양고약허(良賈若虛)의 장사꾼 수법으로 도사리는 잠룡도 있을 수 있다. 용이 주로 천자, 즉 황제를 말하는데 감히 한국 정치판에 들이대느냐고 고지식하게 굴지는 말자. 역사서에 황제의 등극을 전후로 용이 자주 출몰하는데, 그것은 고도의 정치적인 상징 조작이었다.
역시 2007년 대선 정국의 꿈틀거림도 사실은 오래된 것이다. 2년 전 신문을 펼쳐도 당시 2룡인 이명박(서울시장)과 손학규(경기지사)의 조기 과열 우려 기사는 실려 있다. 이제 이명박과 박근혜에 강력함을 숨긴 잠룡들이 가세한 ‘와호장룡’ 스토리는 후편이다. 뒤로 갈수록 숨가쁘고 긴박해질 것이다. 용이 출몰하려면 검은 비구름과 미친 바람의 소용돌이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유비가 조조와 술 마시며 누가 용이 될지 토론하다 본 용의 모습도 그러했고, 한 고조 유방의 어머니와 홀현홀몰 연못가에서 통정한 용도 그러했을 것이다.
아니, 용이 아니어도 좋다. 저평가 우량주였던 정운찬이 접은 날개는 대권 길 닦기 경쟁에서 새판 짜기의 나비효과가 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통합과 분화에서 헤매는 범여권, 쇄신과 분열을 오락가락하는 한나라당에도 똑같다. 이러다 일기 불순 끝의 용오름 현상이나 제대로 볼지 의문이다.
용이 되고자 하면 중원천하의 주인인 국민의 마음(민심)에 부합해야 한다. 용용용용 용용용용(龍龍龍龍 龍龍龍龍)은 용이 용다워야 용이지 용답지 않으면 용이 아니라고 다른 글에 썼다. 잠룡과 이무기들, 목포세발낚지, 논산탑정메기, 압구정미꾸라지… 일일이 거명 않겠지만, 잉어의 그릇으로 용이 되려 나대면 자신도 나라도 망친다. 극심한 내홍을 용구름으로 승화시킬 만큼의 도량을 지닌 한 사람이 필요하다.
희망은 있다. 정치판이라는 생물의 변태(變態·`metamorphosis)로 결정적 순간에 우주를 종횡무진할 용이 나려는지, 아 그래서 요 봄날 며칠의 한반도 상공 대기층이 심히 불안정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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