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백, 수천종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이즈음 개인차원에서 모든 도서정보를 접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결국 도서관의 기능에 의존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영세함은 여기에 큰 힘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2005년말 현재 공공도서관은 514곳으로 거의 인구 10만명당 한 곳 꼴이다. 장서수는 더욱 초라하여 1인당 1권도 채 되지 않는다. 과거에 비하여 공공도서관 예산이 증액되었다고는 하지만 주로 인건비와 도서관 운영비로 충당하다보니 도서구입비는 10%를 약간 넘는 형편이다. 당분간 획기적인 조치가 없다면 공공도서관 증.개축이나 도서구입 대폭 확충은 어려워 보인다. 근래에 들어 문화정책이 다소 힘을 얻고 문화산업, 문화콘텐츠의 부가가치에 눈길이 쏠리지만 아직 우리사회에서 문화는 ‘잔치에 부를까말까 망설이다 잔치에 임박하여 마지못해 부르는 먼 친척’같은 위상에 놓여있다.
몇 년전부터 지역대학이 디지털 도서관을 개관하고 시민에게 무료 개방하기로 하거나 주민에게 도서관 이용권을 확대하기로 한 조치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말로는 봉사를 외치면서도 가시적인 예산책정이나 구체적인 실천에는 아직 인색한 대학들의 지역사회 밀착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그간 높은 교육열에 힘입어 성장해온 우리나라 대학으로서 이제는 문화복지 측면에서도 그럴만한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도서관은 더없이 중요한 사회 간접자본의 하나임에도 개발 일변도, 경제위주정책 드라이브아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확충, 지식선진화 필요성에는 눈길이 비껴갔다. 이미 지식기반 사회에 접어들어 시간과 공간제약이 없는 지식교류, 정보공유의 네트워크가 펼쳐졌지만 여전히 도서관은 정보집결, 소통이라는 본래 기능보다는 취업준비생이나 인근지역 학생들의 독서실로 쓰이는 현실은 아직 선진화되지 못한 우리 사회 도서관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결국 가능한 대안중의 하나는 대학 등 교육기관과 기업, 단체가 보유한 도서관 시설과 자료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면서 주민들의 지적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안으로 모아진다. 공공기관, 연구소에 일반인 상시 출입 역시 어려움이 있고보면 자유로운 분위기가 보장되는 대학이 그 역할을 맡아야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여러 대학에서 비록 제한적이나마 주민에게 도서관을 개방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전향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직장인이나 학생의 경우 재직-재학증명서를 제출하거나 주부나 직업이 없는 사람은 인근 공공도서관에서 회원증을 발급 받아오면 도서관 이용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대출도서의 훼손, 망실이 우려된다면 상징적인 금액의 예치금을 받으면 되고 전담 사서가 주민들의 독서상담에 응하거나 정기 또는 수시로 독서교양강좌를 연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도서관을 출입하는 주민 관리와 도서 대출, 반납업무에 기존 인력으로 부족할 경우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활용하면 된다. 예산문제를 거론한다면 지금처럼 연중 신문잡지광고, 방송광고, 버스광고, 택시광고, 각종 방송프로그램 협찬, 지역사회 크고작은 행사협찬, 전광판 광고, 역이나 터미널 벽면을 채우는 광고 나아가 시보를 알리는 광고에까지 따라붙는 대학광고 같은 효용성이 의심스러운 예산지출을 줄여 주민들의 대학도서관 이용확대에 사용한다면 그 대학의 명성과 홍보는 입소문을 타고 엄청난 효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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