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정의 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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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가정의 달에

  • 승인 2007-04-30 00:00
  • 신문게재 2007-05-01 20면
  • 장익순 前 한국전례원 충남 지원장장익순 前 한국전례원 충남 지원장
70년대 중반까지 가정마다 자녀들을 많이 두었다. 네다섯은 보통이고 십여 명을 둔 가정도 흔했다. 찢어지게 가난한 처지에 자녀들을 많이 둔 것이 미련하게 보이지만 그 때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갖지 않았다. 아무리 자식이 많아도 제각기 먹을 것은 갖고 태어난다는 관념에 젖어 있었다. 오히려 자녀가 많으면 그 집안이 장차 융성하리라 믿어 부러워했다.

보통가정에서 가정교육이란 특별한 것이 없었다. 부모는 큰 틀에서 자녀들의 인성함양과 양육에 치중했지만 실질적인 지식교육은 주로 장자가 맡았다. 가족 중에 제일 먼저 신지식을 습득한 장자가 동생을, 그 동생이 아래 동생을 지도하는 일종의 분권형(分權形) 도제(徒弟)형태였다. 부모가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장자를 장점으로 형제들 서로가 묻어서 커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30년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가정에서 아이들이 줄어들었다. 기껏해야 둘 아니면 하나다. 아예 혼자 살거나 결혼을 미루는 사람, 농촌에 살기에 결혼하지 못하는 늙은 총각도 적지 않다. 시?어 농촌에서 아이가 탄생하면 온 동네가 축제를 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정부가 부랴부랴 이를 막아 보려 갖가지 출산장려책을 내 놓았으나 쉽지 않다 게 학자들의 말이다.

출산문제가 단순히 아이를 낳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 경제구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란다. 통계청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결혼연령이 늦어져(02년 26.8세) 초산평균연령도 서른 살(29.8세)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주부들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안심하고 아기를 맞길 수 있는 보육시설 부족과 이용 상의 막대한 지출, 학교입학 우의 사교육비 등을 고려하면 한 자녀도 벅ㅊ다고 말한다. 더욱이 경제활동 기간에 비해 길어진 여생, 노후대책이 자녀출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자녀들을 화초처럼 기른다. 금이야 옥이야 하지만 도덕과 인성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녀가 많지 않아 부모의 손길이 자주 갈뿐더러 자녀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그들이 더 많은 지식을 얻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가정마다 고3 수험생을 신주(神主)모시듯 하고 중학생만 돼도 아이의 교육문제가 가정사의 중심이 되는 판국이다. 결과적으로 신세대 부모들이 자녀들의 지식교육에 모든 것을 내던지는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이를 무턱대고 나쁘다 말하긴 어렵지만 진정 자녀들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부모부터 인식을 바꿔라 권하고 싶다.

흔히 인생을 나무에 비유하여 인성과 지혜를 터득하는 것은 뿌리와 등걸에 해당되나 지식은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자녀들을 지식교육에 내모는 것은 마치 봄철에 쳐낼 가지를 잡고 있으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또 프랑스의 사상가인 몽테뉴(Montaigne · 1533~1592)가 ‘어린이 교육은 배우려는 욕망과 흥미를 환기시키는 것이 제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책을 짊어지고 다니는 나귀를 기르는데서 그치지 말 것`이라 경고한 것을 부모들이 깊이 새겨들었으면 한다.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것이 우연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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