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자비하게 총기를 휘둘렀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으며, 사건의 당사자가 한국계라는 사실에 재삼 놀라게 된다.
예로부터 예의가 바르며 순박한 민족이라는 소리를 들어온 우리네다. 이러한 혈통을 이어받은 젊은이가 이처럼 어마어마한 사건을 저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는데, 차마 믿기지 않는 것이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라 하겠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민족이 이민을 통하여 함께 모여 사는 나라가 미국이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보니, 국가를 유지하는 힘으로 법률에 따르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법에 의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구성원간에 무력적인 충돌이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그들은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지구상에서 법치주의의 최고 선도국 가운데 하나로 불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법에 의하여 사회를 통치한다 하여도, 언제나 비주류인 약자가 존재하기 마련이며, 그들이 느끼는 사회적 배타성은 금번과 같은 방법으로 분노를 나타내기도 한다.
지금 세계의 많은 학자나 전문가들이 금번과 같은 일이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데 꼭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유구한 기간을 단일민족으로 이끌어온 대한민국이다. 한민족이기에, 성씨, 고향, 학교, 그리고 혼인관계 등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여온 우리다. 이런 까닭에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배타성이 강하지 않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외국인과 결혼하는 수가 엄청난 증가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그 정도가 전체 결혼하는 수의 반절에 가깝단다.
그리고 결혼과 함께 혼혈인 2세들의 숫자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인적구조가 이와 같이 빠르게 변화를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오랜 습성인 혼혈에 대한 배타성 내지는 차별성, 그리고 외국인에 대한 폐쇄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금번 미국의 총기난사사고가 보여주듯 주류와 비주류로 분류된 사회는 얼마나 커다란 갈등이 존재하게 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인정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깊을 때만이 평화가 함께한다는 작은 진리 또한 배우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외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이주민은 물론이고, 그들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을 진정한 우리의 친구로, 그리고 가까운 이웃으로 함께하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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