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필요한 사람들 위한 영화
‘IQ 60’인 아들과 아들이 집보다 좋아하는 학교를 무사히 마치도록 하는 게 목표인 아버지의 이야기.
초등학생 동구(최우혁)는 학교에서 미운오리새끼다. 교사에겐 골칫거리고 동료들에겐 놀림감이다. 그래도 학교 가는 게 행복하다. ‘물반장’이란 별명대로 주전자에 가득 물을 받아다가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게 너무 즐겁다.
그런 행복도 잠시. 동구 아버지(정진영)는 특수학교로 전학시키라는 압력을 받고 교실에는 물주전자 대신 정수기가 들어온다. 풀죽은 동구의 눈은 야구부의 주전자를 보고 반짝 빛난다.
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 가족의 드라마라면 관객도 손금 보듯 훤하다. ‘날아라 허동구’ 역시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동구에게 장애는 극복대상이 아니다. 영화는 동구가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문제를 못 풀면 좋아하는 숫자를 예쁘게 쓰면 된다. 방망이를 못 휘두르면 공에 갖다 대면 된다(영화의 처음 제목은 ‘번트’였다). 운동장 밖으로 쫓겨나는 것 말고 슬픈 일 따윈 없다. 중요한 건 아웃되지 않고 홈으로 들어오는 거다. 초반부의 체육시간, 남들은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데 동구는 멈추지 않는다. 모자란 아이여서였을까. 아니다. 한 바퀴는 달리지 못하는 짝의 몫이다. 그런 동구에게 아웃이 있을 리 없다. 소박하고 건강하고 예쁘다.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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