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명사] (옷고름이나 끈 따위를 서로 잡아맬 때) 매듭이 풀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한 가닥을 고리 모양으로 잡아 뺀 것.
‘나의 신부집으로 보낼 예물 상자라니.’ 그 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은 것이 함을 맞죄어 정성껏 맨 동심결 매듭이었다. 지금도 물론이다.
대전 서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승리. 그러나 여의도 문턱을 처음 밟는 정치 신입생. 그러면서 대선 정국의 유동성을 단번에 높인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의 심정도 아마 결혼 전야의 신랑 같지 않을까. 어느 당선자보다 더 상기된 그의 얼굴을 보며 해본 상상이다.
청색 채단일랑 홍지에 싸서 청색 명주실로 묶고 홍색 채단일랑 청지에 싸서 홍색 명주실로 묶고…. 혼인이 의미 없는 맺음이면 매춘이나 음란에 가까울 거라는 새신랑답지 않은 개똥철학도 그때 펼쳐봤었다. 동심결과 청실홍실은 장식 차원을 넘어 음양의 결합이라는 동양사상에 뿌리가 있기도 하다.
결합일 뿐 아니라, 그것은 조화다. 부부간에서와 같이 정치는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국회의원 심대평이 걸을 길은 더욱 마찬가지다. 그가 맨 동심결은 죽은(死) 것이 아니고 산(生) 동심결이기를 바라는 이유도 그래서다.
충청권의 정치적 뿌리를 지켜냈다는 자부심이야 나무랄 데 없다. 거대 한나라당에 김칫국 마시지 말라는 경고를 넌지시 보냈다고 믿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심정적 범여권 후보였으나 느슨한 연대를 했다 해서, 홀로 거대 골리앗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건 블루칩이라는 자만심은 접는 편이 낫다.
늘어날 대로 늘어난 ‘흘러간 노래’ 테이프를 듣는 듯한 한국 정치판에서 대전시민은, 충청도민은, 국민은 흘러간 물로 어찌어찌 물레방아를 돌려보려는 얕은꾀를 보고 싶지 않아 한다. 사랑이 그렇듯 정치도 이제부터 정말 장난 아니다. 방금 불기를 마친 저 역풍의 다음 행로가 어디일지 장담 못한다.
이런 점은 있다. 선거가 인물 싸움이다 보니 언약(공약)이 뭔지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전무하다. 지역주의 악몽이 아니라면, 다 두고라도 “대전발(發) 정치혁명을 확신”한다는 한마디만 잘 지켜도 좋다. 할 수 있거든, 대선 정국의 캐스팅보트나 변수 아닌 중심부의 상수(常數)가 못 될 이유 또한 없는 것이다.
그러니 동심결을 아무렇게나 매지 말며 청실홍실을 대충 엮지 말고, 진정을 다해 마음을 엮을 일이다.
꽃은 바람에 시들어가고/ 만날 날은 아득히 멀어져 가네
마음과 마음은 맺지 못하고/ 헛되이 풀잎만 맺었는고
설도(薛濤) 의 ‘동심초‘처럼, 아름다운 기약 아득한데 괜한 풀잎만 맺으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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