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절차가 마무리(90%) 단계에 접어들었는데도 대체부지 찾기가 마땅치 않고, 계획부지 내 가내공장들은 이주처를 찾지 못해 문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설령 옮기더라도 보상비나 이주비만으로는 인근 지역의 지가상승으로 규모를 턱없이 줄여야한다고 하소연이다.
실향민들은 실향민대로 고향을 잃고 번듯한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한 채 ‘떠돌이 생활’에 만족해야할 판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해당가구들의 이주만족도는 30%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물론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등 생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일부 주민도 혹간 눈에 띄긴 하나 대부분 주민들은 한결같이 볼멘소리들이다. 더욱이 주민갈등 또한 두드러져 이웃 간 반목하기 일쑤일뿐더러 곳곳에서 보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나 행정수도건설청 등 해당 기관들은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음에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다. 인근 연기`공주 및 대전 지역 주민들도 불만은 마찬가지다. 경기부양 효과도 없고 보상비의 관내 유입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탓이다. ‘행정도시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잔뜩 힘을 받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가 않다.
당초 대전의 경우 총보상비 3조 5000억 원 중 줄잡아 2조원이상이 풀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기대했으나 대전시 추산으로 4000억 원정도만 유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또한 소비재나 서비스 부문으로 몰릴 뿐 정작 생산제 중심의 제조업으로의 자본 이동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또는 인근 지역으로의 이주효과 역시 기대 이하다. 주택보급률 110%로 이미 과포화상태인 대전의 경기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토지공사 주도의 건설공사에 지역업체의 하도급 참여 폭을 넓혀 준 게 위안으로 평가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미래 또한 불투명하게 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미 마스터플랜에 의해 진행되고 있기는 하나 정권이 바뀔 경우, 규모가 축소(50만 명→30만 명)되거나 아니면 전면 취소된다는 유언비어까지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행정수도 건설이 원안대로 추진되지 않을 수는 없다’고 강변해온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대전·충청지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말 그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행정수도 건설’이라는 대역사의 원만한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 특히 대권주자들을 중심으로 대선 공약으로 확약하고, 다짐받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 또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지역 기업(특히 건설업)들이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련 지방자치단체나 유관 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 또는 지원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
‘세종’이라는 도시명칭이 확정되는 등 기본틀이 만들어진 이상 행정도시는 전 국민의 염원 속에 건설돼야 하며,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역사임을 감안해 어떤 형태로든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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