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정신질환 사회적 관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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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정신질환 사회적 관심 중요하다

  • 승인 2007-04-23 00:00
  • 신문게재 2007-04-24 20면
  • 우영섭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우영섭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 우영섭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 우영섭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지난 17일 발생한 버지니아 공대의 총기 난사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범인이 한국계임이 밝혀짐에 따라 총기 난사를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우리 국민들은 더욱 경악하였고, 범행의 이유를 궁금해 하고 있다. 과거에도 원한 관계에 의한 일가족 살해, 범죄 또는 전쟁과 관련된 대량 학살, '아목(Amok)‘과 같은 문화적 형태의 살상 등은 발생하여 왔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무기를 이용한 불특정 다수에 대한 대량 학살은 현대 서구사회에서 특히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러한 형태의 범행을 ‘자발성(autogenic) 학살’이라는 별개의 형태로 구분하고 그 특징을 연구해 왔다.

아직까지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개략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사건은 무차별 대량 학살의 전형적 특징을 보인다. 범행은 개인적 원한과 관련된 사람을 대상으로 시작하여 결국 무차별적인 희생자를 향하게 되고, 범인은 현장에서 자살하거나 경찰에게 사살된다. 사건 이후 경찰 등이 범인에 대하여 조사해보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젊은 남성이고 평소 무기, 특히 총기에 매혹되어 있었으며, 거의 모든 경우 무기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구입하거나 수집되었다. 많은 경우 우울증이나 심각한 정신질환이 근저에 존재하지만,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않고 사전에 어떠한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범인은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일까? 사회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이 모두 관련되어 있겠지만, 범인들에게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개인적 특징은 분명하다. 범인은 완고하고 강박적이며 성취에 대한 야망은 있으나 사회적 관계를 어려워하는데, 특히 모욕과 거절에 대한 과도한 예민성을 보인다. 또한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데 대하여 민감하고 자신은 다른 사람과 달리 고결하다고 믿는다. 이러한 특성들로 인하여 범인은 더욱 더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사회에서 고립되어 간다.

범인은 초기에는 이러한 상황을 우울하게 여기며 자살을 생각해 보지만 분노, 사회 전체에 대한 피해 의식, 스스로를 마지막 순간까지 통제하고자 하는 의지로 인하여 자살 사고는 타살의 욕구로 변질된다. 이는 결국 현실에 대한 인식을 잃은 상태에서 자신을 거부한 특정인과 사회에 대한 범행으로 나타나게 된다.

대부분의 범인들은 범행 당시 우울증, 망상 장애 등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사건의 범인 또한 과거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었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정신과 환자에 대한 편견과는 달리 실제 정신과 환자의 범죄율은 건강한 사람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번 사건과 같이 예측이 어렵고 희생자가 불특정하다는 점에서 사회에 주는 충격은 더욱 클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신과적 질환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이 필요하다. 정신과 환자는 위험하다는 사회적 편견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과 진료를 꺼리게 하여 이러한 비극의 잠재적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우울증과 피해 망상 등의 증상은 정신과적 치료를 통하여 상당 부분 호전을 보일 수 있다. 즉, 정신질환과 고립된 개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개입이 이루어졌다면 이번과 같은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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