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백제문화는 패망국의 잔해(殘骸)라 격하해왔고 둘째는 편협한 ‘유아주의` 때문에 백제는 그늘에 가려 있었다. 신라가 대표성(代表性)을 지닌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과 역대 군사정권이 백제와 고구려를 평가절하하고 유독 신라(경주)만을 편애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 오랜 나라와 민족치고 흥망을 반복하지 않은 예가 어디에 있는가?
‘그리스`와 로마, 이집트, 인도, 중국, 일본, 잉카문화도 예외가 아니다. 바로 말해서 신라도 끝내는 망한 나라였다. 이젠 백제와 신라, 고구려사를 놓고 우열을 따진다는 건 부질없는 일이다. 지난 71년 무령왕릉 발굴 때 기자의 질문에 석학 중의 석학이라 자처하는 발굴단장이 ‘백제 때는 왕관이 없었다.`고 했다가 나중에 불꽃무늬 금관 장식이 나오자 ‘백제 때도 금관은 있었다.`고 정정(訂正), 폭소를 자아낸 일이 있다.
이 지경으로 백제문화는 1500년간 일식(日蝕)을 감내해온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이제 서야 우리는 백제, 고구려 것을 마음 놓고 연구하고 교류하는 시대를 맞은 셈이다. ‘백제제`를 ‘신라제` 수준으로 격상시킨다는 소식에 기발한 발상도 나왔는데 계룡장학회 이사장 이인구 씨의 제안이 그 예라 하겠다. ‘백제제`를 크게 격상시킬 바엔 ‘봉화놀이`까지 곁들이자는 제안이다.
백제의 방어진지인 ‘계족산성`의 봉화대를 복원, 그곳에서 봉화를 올려 유성 큰 산 ― 공주산성 - 부소산 상봉으로 이어지는 군사통신, 봉화행사를 제안하고 나섰다. 계족산성 봉화대는 전문가의 고증(설계)을 비롯 이의 공론화를 거쳐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는 소요경비가 수천, 수억이 들더라도 이 회장 개인이 전담할 뜻을 밝혔다.
그렇게 되면 대전, 충남 일대가 ‘백제제`에 동참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에 뚝심과 행동파로 알려진 이 지사와 이 이사장의 듯이 합해지길 바라고 싶다. 이에 잔치를 격상시키려면 눈을 밖으로 돌릴 필요성을 느낀다. 일본의 건국(야요이) 초석이 된 백제의 문물….
부여, 공주와의 자매도시를 불러들이고 부분적으로 나마 이들과 공연을 하는 게 좋다. 특히 ‘규슈(九州)`, ‘미야자키(宮崎)`의 ‘시와즈祭`, 풀이해서 ‘정가왕` 부자의 혼백(신주단지)은 이미 부여의 선왕을 찾아와 문후(?)를 올린 바가 있다. 또 현해탄 해상에 놓인 ‘가카라`섬은 무령왕의 출생지로 알려져 있는 만큼 그 섬의 행사도 끌어들이는 게 어떠할까.
백제부흥의 꿈을 담은 ‘은산별신제`는 따로 치른다 하더라도 의자왕 종말도 부분적으로 다루는 게 옳을 줄로 안다. 또 있다. 백제의 ‘서동(마동이)`과 신라의 선화공주간의 사랑도 연극으로 다뤄 해로울 게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서울의 ‘풍락토성`과의 연관, ‘비류`와 ‘온조`의 위상도 어떤 형태를 빌던 투영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탑`, ‘서탑`의 영상도 집어넣고 ‘왕인`의 도일(渡日)도 재현하는 게 좋다. 40억 원을 투입한다는 올 백제문화제…. 그러나 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해서 관(官)주도 행사로 가기보다는 전문성이 있는 예술단체, 학계, 경험을 지닌 문화원이 행사를 주도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관 주도로 밀고 나갈 때 공무원은 수시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에 늘 문제성을 드러내는 걸 지켜본 우리다. 이젠 시간도 촉박하다. 서둘러 새로운 구상 연구와 고증, 공론화를 거쳐 품격 있는 그리고 아름다운 잔치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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