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기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
실험용으로 쓰이는 쥐에는 마우스(생쥐)와 랫드(시궁쥐)가 있다. 랫드는 어른 주먹만큼 크고 마우스는 어른 손가락 두 개 정도 크기를 가지고 있다. 이 세상에는 마우스가 몇 계통이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지금도 어느 실험실에서인가 새로운 계통의 마우스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쥐가 만들어진다니 무슨 말일까? 그리고 왜 생쥐를 만들까?
생명과학계에서는 수 년 전 인간유전자 서열분석의 완료를 선언했고, 지금은 개별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고, 인간질병에 치료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유전자 산물을 찾아내고 그 기능을 밝히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인간유전자의 개수는 대체로 2만5000에서 3만 개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 기능을 밝히는데 있어서 바로 마우스가 핵심 연구재료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를 조작하면 해당 유전자가 담당하고 있는 기능에 따라서 비만이 되기도 하고 동맥경화, 암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모델 생물체 중에 마우스는 사람의 생물학이나 질병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특별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 마우스는 포유류이면서 그 발생, 체형, 생리, 행동 및 질병들이 사람과 매우 공통점이 많다는 것과, 대부분의 마우스 유전자(99%)가 사람의 상동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유전자의 변이를 효과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유일한 포유류라는 것이다. 생명공학을 이용해 마우스에 원래 없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발현하게 할 수 있으며, 있던 유전자를 없앨 수도 있다. 요즘에는 그 기술이 더욱 발전해 표적으로 하는 유전자가 특정 부위에서만 사라지게 한다든지, 일정한 장소와 시기에만 발현되게 할 수도 있다.
유전자 기능을 밝히기 위하여 마우스 유전자를 조작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결손을 일으킨 마우스는 현재까지 전체 유전자의 약 10% 정도에 대해서만 만들어졌다. 10%라고 해도 수천 종류에 이르는 방대한 숫자다.
모든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것이 생명과학의 발전과 생명신약의 개발에 필수적이라는 것이 명백해졌기 때문에, 최근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유전자 기능을 밝히기 위하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유전자결손마우스프로젝트(KOMP, knockout mouse project)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전자결손마우스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마우스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는데, KOMP에서는 각종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무작위로 그리고 대량으로 실험실에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유전자가 조작된 세포주를 만들고 이것을 실험실에서 어떤 유전자 변이가 일어났는지를 동정한 다음, 원하는 유전자가 조작된 세포주를 골라서 유전자변형마우스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수 만개의 유전자 결핍마우스가 조만간 만들어질 것이다. 또한 한 개의 유전자가 조작된 마우스끼리 교배를 통해 두 개 또는 세 개 이상의 유전자가 다중으로 조작된 마우스들이 수도 없이 생겨날 것이며, 이들 마우스가 질병발생 기전의 연구와 치료제 개발 등에 있어서 매우 소중하게 이용될 것으로 생각된다.
신약개발이 활발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러한 마우스 자원을 체계적으로 유지관리하기 위해 길게는 100여 년 전부터 노력해 오고 있으나, 한국은 유전자 조작된 마우스의 개발과 마우스 자원의 관리에 있어서 초보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200여 계통의 마우스를 확보하고 있으며 마우스자원에 대한 국가 인프라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투자 규모는 미국이나 일본의 수십 분의 일에 지나지 않다. 국내에서 세계적인 생명의학신약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마우스자원 인프라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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