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통해 교육시간 단축… 불량률 제로
“같은 민족이라 손발이 잘 맞습네다~”
남북공동번영을 위해 개척된 북한 개성공단.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와 노동력이 결합한 민족 상생의 산업현장, 이곳에는 모두 47개의 남한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대전과 충남에 본사를 둔 향토기업은 모두 2곳이다. 대전 중구 문창동에 있는 봉제의복 및 모피제품을 제조하는 (주)에스엔지(대표 정기섭)와 연기군 전의면의 필터 제조 전문업체, (주)한국마이크로휠터(대표 김기천)다.
개별행동은 절대 불가하다는 관계자들을 수차례 설득한 끝에 개성공단에 입주한 충남 유일의 제조업체, (주)한국마이크로휠터를 홀로 찾을 수 있었다. 이 회사는 94년 진명산업으로 창업, 자동차 연료 펌프용 휠터를 국산화한 기술력 있는 향토기업이다.
1200평 규모의 웅장한 공장, 바람을 탄 세찬 빗줄기의 위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장 안은 환한 조명 아래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넘쳐났다. 지난해 9월 입주한 이 회사에는 현재 240명의 직원이 일을 하고 있다. 이중 남한 직원은 김영하 이사를 포함, 10명에 불과하다. 230명은 모두 북한 노동당에서 선발된 직원이다.
가장 좋은 점은 말이 통해 교육시간이 단축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인도와 중국 공장의 경우 말이 안 통해 교육기간이 상당하고, 불량률도 (여기보다) 훨씬 많다.”라고 말했다. 생소한 단어도 있지만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어 호흡이 잘 맞다는 얘기다.
이들이 받는 임금은 월 65∼85 달러 수준이다. 값싼 노동력과 우수한 인력들이 결합하면서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고향이 평양인 반장, 석순남(46)씨는 “같은 민족이라 그런지 손발이 잘 맞습네다. 개성공단에서 민족이 함께 작업한다면 통일도 곧 될 것이라 보고 있습네다”라고 말했다.
물론 아쉬움 점도 있다. 북한 직원들이 출·퇴근을 집단적으로 하다 보니, 업무가 끝난 후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일과 시간에만 대화와 탁구 등 여가활동이 가능하다. 남한 직원들의 불편도 적지 않다. 가족과 남한 소식은 유선전화와 TV만으로 가능하다. 흔한, 인터넷과 핸드폰도 안 안 된다. 컨테이너에서 운영되는 포장 마차의 소주 한 잔과 노래방 기계로 깊어가는 개성공단의 밤을 달랠 수밖에 없다.
김 이사는 “개성공단은 침체한 노동집약적 사업의 탈출구가 될 수 있어 예상보다 훨씬 경쟁력 있다.”라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함께 일을 하다 보니 70년대 옆집 아저씨, 아줌마처럼 느껴지고, 특히 직원들이 행복해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회사로서는 만족”이라고 말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