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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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소통

  • 승인 2007-04-22 00:00
  • 신문게재 2007-04-23 20면
  • 박재홍 시인박재홍 시인
며칠 동안 애팔래치아산맥의 맑은 햇살속의 교정의 풍경보다는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기의 잔해가 가득한 버지니아 공대의 참사에 신열을 앓듯이 세상을 온 통 뒤흔들고 지나갔다.

부시내외는 추모식을 마친 뒤 희생자 유족들을 포옹하며 일일이 위로를 했다. 국민 개개인의 슬픔이 국민 전체의 슬픔으로 확장되어 위로하고 수습해 가는 대통령의 모습과 담담하게 슬픔을 극복해 가는 국민들의 시민의식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우리 정부와 일부 정치인들의 혼란스러움은 극에 달했다. 방송을 통해 일부 국회의원들의 묵념하는 모습을 비춰 줬고 그런 해프닝과는 상관없이 미국은 한국 조문 사절을 거부했다. 그 또한 일의 전후에 대한 합리적인 이성의 문화적 차이임을 알 수 있다.

주변 사람들 얘기를 빌면 대전 시립교향악단의 연주를 너무 좋아하고 신심이 깊어 어려운 이웃에 대한 배려에 최선을 다해 아름답고 사랑이 많았던 작고한 표준과학 연구소의 신은주 박사의 임종 때 얘기를 짧게 소개코자 한다. ‘장기들의 기능을 멈추고 호흡도 멈췄다. 의사가 사망진단을 내리려는 찰나에 고3인 아들의 슬픔을 이기지 못해 ‘엄마`라고 소리쳐 부르는 소리에 신 박사는 눈을 떴고 그 후 3시간여 동안 아들과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며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영면에 들었다‘는 것이다.

가족의 사랑과 어머니의 모성이 보여준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함에 있어서도 그 자식이 아무리 추악한 범죄자라 할지라도 부모 된 마음이야 피해자나 가해자나 같을 것이다. 죽은 자보다는 살아남은 자들의 화해와 사회적 포용이 관건이 될 것이다.

이번 버지니아 공대의 일도 그렇다. 친구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부모의 사랑과 사회적 관계가 화목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1세대니 1.5세대니 하는 갈등을 떠나서 가정환경과 문화적 차이를 떠나서 본인의 가치관의 문제다.내가 학문에 뜻을 두었다면 반듯이 진정한 스승을 찾을 것이고 학문하는 이들도 반드시 나를 찾을 것이다. 학문을 한다는 명분으로 날을 보내는 사람은 그가 즐겨하는 바가 학문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격몽요결에 나온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 국가의 문화는 인간관계에서 출발한다. 풍요로운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나라의 국민들은 아름다움 삶과 문화를 가꿀 줄도 알고 주변을 돌아보는 삶에 최상의 목적으로 삼는다. 그 목적의 도구는 문화 예술이다.

가치관이나 국가관에 대한 해답을 한국을 대표하는 17인의 예술가의 대담집 ‘필묵의 황홀경`이란 책에 소개된 이 고장에서 배출한 걸출한 예술가 석헌(石軒)임재우 선생의 대담 중에 한 토막으로 대신 하고자 한다.

‘최상의 아름다움은 가장 품위 있게 정돈된 것에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정돈된 것은 사실 가장 표현하기 어렵고 그 경지에 이르기도 힘듭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가장 평범한데 있다는 진리와 상통합니다.`라는 그의 화두는 세상의 어수선함에 던져 준 서예가로서 전각가로서 오늘을 사는 한 스승으로서 인생으로 보여주는 깨우침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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