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법(法)대로’의 의미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월요아침]‘법(法)대로’의 의미

  • 승인 2007-04-22 00:00
  • 신문게재 2007-04-23 20면
  • 오세빈  대전고등법원장오세빈 대전고등법원장
▲ 오세빈  대전고등법원장
▲ 오세빈 대전고등법원장
1. “사회 있는 곳에 법이 있다.”는 격언처럼 법(法)은 인간 사회에서 불가결한 규범으로 자리잡아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고조선 시대에 8조 금법 (살인, 상해, 절도에 관한 3법이 전래됨.)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조선시대에는 경국대전(經國大典)을 기초로 한 사법제도를 운영하여 오다가, 1895년 4월 25일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법령인 재판소구성법(裁判所構成法)이 공포, 시행됨으로써 비로소 독립된 사법(司法)의 기초를 다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4월 25일을 뜻깊은 “법의 날”로 정하여 법의 숭고한 의미를 새기고 준법의식을 고취하는 계기로 삼아오고 있는 것이다.

2. 오래전 일이지만 “법대로”를 유난히 강조하신 법무장관이 계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반정부(反政府) 시위가 한창 일어나고 국회에서 검찰의 과잉대응을 질타하는 고성이 터져나와도 꿋꿋하게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해서 “법대로 장관(長官)”이라는 별명을 듣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다소 무책임하게 비치기도 하였지만 법을 존중하고, 법질서를 수호한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어느 국가나 사회가 선진화하였는지 가늠하는 척도는 “법과 원칙”이 잘 지켜지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법은 그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직(硬直)된 법조문에 매달리다 보면 불합리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특히 재판과정에서 법률요건만을 엄격하게 따져 판결을 내리는 것이 우리의 윤리관이나 정의감에 맞지 아니할 때에 법관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법률은 국회에서 제정하는 것이지만 이를 실제 분쟁사건에서 해석, 적용하는 권한은 법원에 속하기 때문이다.

3. 재판과정에서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라고 항의하는 당사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정말로 법을 몰라서라기보다는 법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경우가 많다. 이런 당사자들은 결국 판결에 불복하고 상소를 하게 되며, 끝내 판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가슴속에 법에 대한 한없는 원망(怨望)의 마음을 가득 채운 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또한 “유전 무죄, 무전 유죄”를 외치며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건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해자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피해변상이나 합의를 하지 못하여 정상이 나빠져 형을 선고받은 결과가 된 것인데 이는 결국 자신의 범죄 탓이지 무전(無錢)이 죄가 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점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

4. 법관(法官)을 운동경기의 심판에 비유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나는 법관은 단순히 경기를 규칙대로 진행하는 심판의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심판은 단지 경기 도중 감독과 선수들이 규칙을 위반하는지를 감시하고 득점결과에 따른 승패만 선언하면 되는 것이지만, 법관은 시종일관(始終一貫) 재판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실체적 진실발견과 정의(正義)에 합당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주체(主體)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을 법전(法典) 안에 누워만 있게 해서는 안되고 우리의 실생활 속에서 그리고 국민의 가슴 속에 항상 살아 움직이는 법이 되게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관은 법정(法廷) 안에서 “법대로” 재판만 하여서는 아니되고 국민에게 다가가 법을 알리고 이해시키며,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극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하여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2.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3.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4.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5.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큰 기도회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