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에 작고한 ‘인생 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이며 20세기를 대표하는 정신의학자이다. 그녀는, 제자인 데이비드 케슬러와 함께 죽음 직전의 사람들 수백 명을 만났고, 그네들로부터 듣게 된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정리해 ‘인생 수업’이라는 책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2007년 3월, ‘인생 수업’의 두 번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상실 수업’을 다시금 한국 독자들 앞에 선보이게 됐다.
‘인생 수업’이 죽음을 맞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라면, ‘상실 수업’은 남겨질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며, ‘인생 수업’이 죽음 앞에서 삶의 열정을 제시하는 책이라면, ‘상실 수업’은 죽음 뒤에 더더욱 타오르게 될 삶의 열정을 불러일으켜 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남겨진 자들의 슬픔과 허무를 통틀어 ‘상실’로 일컫고 있다. 상실을 처음 예감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마침내 상실해버리고 말았을 때, 그리고 상실 이후 기약 없는 치유의 시간까지… 저자는 수십 년간 호스피스 및 죽음을 연구해온 이력과 경험자로서 현실적인 도움 및 정신적인 위로를 전해주고 있다.
상실의 예감이란 대목을 보면 이해가 쉽다.
프레드와 카렌은 2년 전 정년퇴직을 했고, 유람선 여행을 다니며 평생에 걸친 노동의 대가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결혼까지 한 아들 존이 있었고, 정신력이 매우 강해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가족이었다. 어느 날, 몸이 부쩍 피곤해 정밀검사를 받은 프레드는 췌장암을 선고받고 앞으로 1년도 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일요일 이들은 쓰던 물건들을 집 앞에다 늘어놓고 중고 세일을 했다.
존 부부도 부모님을 도와주기 위해 왔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물건을 팔고 있을 때 아버지는 집안을 서성거리며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하더니, 걸음을 멈추고는 자신이 평소 쓰던 작업대를 바라본다. 아버지는 평소에 차고에서 물건 수리하는 일을 좋아했다. 그리고는 “이 곳에 있는 연장들 모두 내다 팔아라” 한다. 아들 존은 너무도 슬퍼 혼자 서서 눈물을 흘린다. 다시 돌아온 아버지는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란다. 우리 모두를”이라고 말한다.
상실을 예감하는 것은 상실을 경험하는 것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많은 사람들에게 상실의 예감은 앞으로 마주해야할 고통스런 과정의 전주곡이며, 궁극적으로 치유되어야 할 이중의 슬픔이다.
‘제발 100퍼센트 드러내 놓아라’고 부탁하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 살아가는 인생이 무언가를 잃어가는 반복 속에서, 결국 완성되는 것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고, 상실은 모두 끝난것이 아니라 ‘아직도 계속되는 삶’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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