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아이들과 더불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교육단상]아이들과 더불어

  • 승인 2007-04-17 00:00
  • 신문게재 2007-04-18 20면
  • 이영숙 유성초 교사이영숙 유성초 교사
“마리아~ 아베 마리아~.”
점심 시간, 운동장 가득 노랫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뿔싸! 혹시나 싶어 창문 밖을 내다보니 현관 청소를 하러 내려간 우리 반 여자 아이들 대여섯 명이 조회대에서 빗자루를 기타 삼아 노래를 한 곡조 뽑고 있습니다. 요즘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 OST’인 ‘마리아’ 때문에 아이들이 신이 났습니다. 노래를 전부 부르는 것도 아니고 꼭 후렴인 그 부분만 목청껏 불러대지요.

“내가 청소하라고 했지 노래하라고 그랬어? 빨리 정리하고 가자.”
빗자루를 빼앗아 후다닥 청소를 끝내고 교실로 올라옵니다. 아이들은 또 한 번 노래를 불렀으면 하는 눈치가 역력합니다. 하지만 분위기 띄워주면 한 시간이 소란하다는 걸 알기에 모르는 척 합니다. 5교시 수업을 마친 쉬는 시간에 우리 래상이가 또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선생님, 다니엘 헤니랑 선생님이랑 사귄대도 선생님이 아깝다니까요.”
“그래? 너 밖에 없다.”

언젠가 아침 등굣길에 유성에 나타난 다니엘 헤니를 얼핏 보고 자랑을 했더니 그것을 이용하는군요. 아마도 녀석은 축구를 하고 싶거나, 교실에서 레크리에이션을 하고 싶거나, 신나는 플래시 음악을 듣고 싶은 꿍꿍이가 있을 겁니다. 미리 확답을 받고 싶은 거겠지요.

“래상아, 네가 노래 한 곡 부르면 선생님이 ‘마리아’ 플래시 만들어 줄게.”
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의 응원에 힘입어 ‘오리 날다’를 부르는 래상이. 요즘 아이들은 멍석 깔아주면 기다렸다는 듯이 분위기를 이끌어 줍니다.

약속을 했으니 플래시를 만듭니다. 아이들과 우리 학교 벚꽃 아래서 찍은 사진과 미술 시간에 찍은 것들을 모아 ‘마리아 플래시 노래방’을 완성했습니다. 그 동안 ‘노래 가사를 바꾼 노래’를 이용하여 수업을 한 적이 많기 때문에 노래는 익숙했지만, 노래와 자기들의 사진이 함께 나오도록 만든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난리가 났습니다. 그토록 좋아하던 노래는 부르지 않고 서로의 사진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너무나 즐거워하는 모습에, 또 하나 멋진 추억을 선물 했구나 생각했습니다.

방과 후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후 신문을 펼치니, 스승의 날을 옮겨야 한다느니, ‘선생은 있으나 스승은 없다’느니 하는 글들을 접했습니다. 참으로 할 일 없는 사람들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 있으나 없으나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칠 것입니다. 또한 스승이 없다고 하든 말든 우리는 아이들에게 스승이며, 더 좋은 스승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초등학교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 생활의 즐거움과 세상사는 기본을 가르치며 올 한 해도 행복한 한 해를 만듭니다. 다른 선생님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2.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3.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4.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5.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큰 기도회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