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 운동장 가득 노랫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뿔싸! 혹시나 싶어 창문 밖을 내다보니 현관 청소를 하러 내려간 우리 반 여자 아이들 대여섯 명이 조회대에서 빗자루를 기타 삼아 노래를 한 곡조 뽑고 있습니다. 요즘은 영화 ‘미녀는 괴로워 OST’인 ‘마리아’ 때문에 아이들이 신이 났습니다. 노래를 전부 부르는 것도 아니고 꼭 후렴인 그 부분만 목청껏 불러대지요.
“내가 청소하라고 했지 노래하라고 그랬어? 빨리 정리하고 가자.”
빗자루를 빼앗아 후다닥 청소를 끝내고 교실로 올라옵니다. 아이들은 또 한 번 노래를 불렀으면 하는 눈치가 역력합니다. 하지만 분위기 띄워주면 한 시간이 소란하다는 걸 알기에 모르는 척 합니다. 5교시 수업을 마친 쉬는 시간에 우리 래상이가 또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선생님, 다니엘 헤니랑 선생님이랑 사귄대도 선생님이 아깝다니까요.”
“그래? 너 밖에 없다.”
언젠가 아침 등굣길에 유성에 나타난 다니엘 헤니를 얼핏 보고 자랑을 했더니 그것을 이용하는군요. 아마도 녀석은 축구를 하고 싶거나, 교실에서 레크리에이션을 하고 싶거나, 신나는 플래시 음악을 듣고 싶은 꿍꿍이가 있을 겁니다. 미리 확답을 받고 싶은 거겠지요.
“래상아, 네가 노래 한 곡 부르면 선생님이 ‘마리아’ 플래시 만들어 줄게.”
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의 응원에 힘입어 ‘오리 날다’를 부르는 래상이. 요즘 아이들은 멍석 깔아주면 기다렸다는 듯이 분위기를 이끌어 줍니다.
약속을 했으니 플래시를 만듭니다. 아이들과 우리 학교 벚꽃 아래서 찍은 사진과 미술 시간에 찍은 것들을 모아 ‘마리아 플래시 노래방’을 완성했습니다. 그 동안 ‘노래 가사를 바꾼 노래’를 이용하여 수업을 한 적이 많기 때문에 노래는 익숙했지만, 노래와 자기들의 사진이 함께 나오도록 만든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난리가 났습니다. 그토록 좋아하던 노래는 부르지 않고 서로의 사진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너무나 즐거워하는 모습에, 또 하나 멋진 추억을 선물 했구나 생각했습니다.
방과 후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후 신문을 펼치니, 스승의 날을 옮겨야 한다느니, ‘선생은 있으나 스승은 없다’느니 하는 글들을 접했습니다. 참으로 할 일 없는 사람들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사들은 스승의 날이 있으나 없으나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칠 것입니다. 또한 스승이 없다고 하든 말든 우리는 아이들에게 스승이며, 더 좋은 스승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초등학교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 생활의 즐거움과 세상사는 기본을 가르치며 올 한 해도 행복한 한 해를 만듭니다. 다른 선생님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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