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곡우(穀雨)란…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독자기고]곡우(穀雨)란…

  • 승인 2007-04-13 00:00
  • 신문게재 2007-04-14 15면
  • 장익순 한국전례원 前 충남지원장장익순 한국전례원 前 충남지원장
▲ 장익순 한국전례원 前 충남지원장
▲ 장익순 한국전례원 前 충남지원장
봄의 마지막 절기가 곡우(穀雨)다. 대개 4월 20일경에 든다. 봄비가 내려 백곡이 윤택해진다는 뜻을 지녔다. ‘곡우에 가뭄이 들면 땅이 석자나 마른다’는 속담이 있다. 봄비가 잘 내리는, 꼭 와야 할 시기에 비소식이 없으니 그 해 농사를 망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왔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곡우가 되면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하기 위해 볍씨를 담근다. 서해에서는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떼가 북상해 격렬비열도 근처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자연히 조기잡이로 북적거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 무렵은 또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다.

전남`경남`경북`강원도 등지에서는 깊은 산속으로 곡우물을 먹으러 가는 풍속도 있었다. 자작나무`박달나무`산다래나무 등에 상처를 내고 통을 달아 며칠씩 수액을 받아두었다가 마셨다. 지금도 몸에 좋다고 하여 약수로 마시기도 한다.

지리산에서는 통일신라시대부터 곡우에 약수제를 지냈다. 조정에서 파견된 제관이 지리산 신령에게 다래차를 올리며 태평성대와 그 해의 풍년을 기원했다고 전한다. 모두 사계절 순환에서 진행되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어느 시인은 ‘봄’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없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동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고 너는 더디게 온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뜻은 봄이 왔어도 봄같지 않다는 말이다. 우리는 아직도 겨울의 시린 바람앞에 놓여 있다.

바로 경제한파다. 경제한파는 여러가지다. 유가급등 `내수침체` 수출감소` 대기업의 회계부정 `북핵과 이에 따른 여파…. 모진 바람을 견디지 못해 많은 이들이 차디찬 얼음바닥에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모두들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봄은 동구밖에서 딴짓만 부리며 해찰해 얄밉기만 하다. ‘다급한 사연’ 전할 ‘바람’은 부는지, 또 불면 강도는 어떨까 궁금하다.

올해는 요 근래에 비가 내렸다. 흡족하지는 않지만 곡우를 전후해 봄비가 내려 대지를 촉촉하게 적셨다. 농가에서는 벌써부터 일손이 바쁘다. 삐죽 내민 가로수 어린잎이 더욱 윤택하다고 느끼고 싶다.
이를 받아들이는 마음도 덩달아 풍요로워 지기를 바란다. 곡우를 전후해 내린 봄비를 해찰하는 ‘봄’을 깨우는 전령사로 생각하고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5.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