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는 백미…대결구도는 삐걱
원작만화 쾌감 충분히 못살려
영화는 악마에게서 도망친 고스트 라이더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바이크 스턴트맨 자니 블레이즈(니콜라스 케이지). 암에 걸린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피터 폰다)에게 영혼을 판다. 이 순진한 거래로 착한 영혼은 불멸의 힘과 굴종의 노예라는 이중의 굴레에 갇힌다.
메피스토펠레스의 아들 블랙하트(웨스 벤틀리)는 아버지를 없애고 세상에 군림하려 하고 메피스토펠레스는 아들을 제거하기 위해 자니에게 고스트 라이더가 되는 조건으로 영혼을 풀어주겠다고 제안한다. 고스트 라이더와 타락천사 ‘데블 4`의 전쟁이 시작된다.
고스트 라이더의 불꽃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빌딩 위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헬 바이크도 자극적인 색감과 앵글로 극적으로 그려졌다. 실감도도 높다.
하지만 영화의 매력은 거기까지다. 컴퓨터 그래픽을 빼고 나면 볼 게 없다. 메피스토펠레스와 아들 블랙하트의 대결구도가 뼈대지만 부자지간의 갈등은 불꽃이 타오르지 않는다. 고스트 라이더와 타락천사들과의 싸움은 화려하지만 긴장감이 없다. 케이지는 다소 코믹하고 엉뚱한 캐릭터로 ‘어두운 과거를 가진 고독한 영혼`을 새롭게 해석해 냈지만 역할에 녹아들지 못한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자니의 고뇌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무심코 책장을 넘기듯 러닝타임이 심심하게 지나간다.
판타지 장르에 걸맞게 천국과 지옥, 사랑과 악, 인간과 악마라는 이중적 구도에 고독한 카우보이, 푸른 밤하늘 아래 펼쳐진 텍사스의 사막,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를 입고 폼 잡는 악당 등등 향수를 자극할 만한 서부극의 요소들을 잔뜩 끌어들어다 놓기만 하면 뭘 하나.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
배우 개개인을 지켜보는 게 그나마 무료함을 더는 길. 케이지는 화염덩어리 해골전사보다 탄탄한 근육을 드러낼 때가 낫다. 에바 멘데스는 청순한 첫 사랑에서 구릿빛 관능미로 순간 변신한다. 멘데스는 너무 관능적이어서 문제. 노회한 사육사로 등장하는 피터 폰다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반갑다.
마블 코믹스 만화가 원작인 만큼 경쾌한 쾌감을 충분히 살려낼 수 있었을 텐데. 영화에 집중하기보다 속편을 만드는데 더 관심이 있었던 듯하다.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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