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의미있는 삶과 죽음이란 어떤것인가

[나는야 논술 짱]의미있는 삶과 죽음이란 어떤것인가

중도일보-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기획

  • 승인 2007-04-11 00:00
  • 신문게재 2007-04-12 13면
문제

제시문 (가)와 (나)의 인물들이 겪는 갈등의 원인은 다르나 해결 방법은 같다. 이러한 해결 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진정한 자기애를 찾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논하시오.


(가)
“……김 진사를 내당으로 끌어들인 것은 주군이십니다. 운영에게 벼루를 받들라 한 것도 주군이시고요. 운영이 깊은 궁에 있다가 한 번 잘 생긴 남자를 보자 정신을 잃고 병이 들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나 의사로도 고치기 어려운 지경이었어요. 운영이 아침 이슬처럼 사라진다면 주군께서 측은히 여기시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제 우둔한 생각으로는 한 번 김 진사에게 운영을 보게 하여 두 사람의 원한을 풀게 한다면 주군의 적선이 막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운영이 남자를 만난 것은 저한테 죄가 있지 운영에게 있지 않습니다. 바라건대 주군께선 제 몸으로 운영의 목숨을 대신하길 빕니다.”

대군은 다 보시고 나서 자란의 공초를 다시 펼쳤죠. 화가 조금 가라앉으신 듯했어요. 제가 말하였습니다.

“주군의 은혜는 산과 바다와 같습니다. 정절을 지키지 못했으니 그 죄가 하나요, 앞서 지은 시로 주군께 의심을 받았는데 끝내 바른 대로 고하지 않았으니 그 죄가 둘이요, 서궁의 죄 없는 이들이 저 때문에 죄를 받으니 그 죄가 셋입니다. 이 세 가지 죄를 지고 살아간들 무슨 면목이 있겠습니까? 만약 죽이길 늦추신다면 자결할 것입니다. 속히 죽여 주소서.”

이에 대군은 화가 조금 풀어져서 저를 별실에 가두고 다른 이들은 풀어 주셨어요. 그 날 밤 저는 비단 수건으로 목 매어 죽었습니다. - 『운영전』-


(나)
대입 내신등급제에 대한 고 1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가운데 시험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고교생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 새벽 4시께 수원시 영통구 J아파트 17층에 사는 박 모(16) 군이 아파트 옆 화단에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 김 모(65) 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박 군은 이날 아침부터 1학기 중간고사를 치를 예정이었다.

경찰은 “평소 시험 기간이 되면 오빠가 우울해 했다”는 여동생(14)의 진술로 미뤄 박 군이 시험에 대한 부담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 달 29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 S고 1층 화단에 3학년 A(17) 군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교사와 학생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학교 학생들은 전 날부터 중간고사 시험을 치르고 있었으며, A 군은 이날 오전 9시 10분부터 50분 간 치른 2교시 수학 시험에서 부정 행위로 의심되는 행동 때문에 감독 교사에게 꾸중을 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달 27일 오전 6시께 인천시 중구 운서동 I고교 기숙사에서 이 학교 학생 김 모(17) 양이 자신의 방 침대 위에 누워 숨져 있는 것을 친구 박 모(17) 양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김 양은 평소 성적 등의 문제로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보 -


논제분석·출제의도 파악

인물들의 상황.갈등 원인 분석
생명중시 풍조 강화 방안 제시

이 문제 제시문에는 현실의 갈등을 죽음으로 해결하는 고금(古今)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가)
에서는 당시 조선 사회의 가치관으로 용납될 수 없는 사랑을 한 운영과 김 진사의 죽음은 불가피했다고 옹호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는 정절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을 미덕으로 여겼기 때문에 이들의 죽음은 영원한 사랑을 완성하는 의례로 미화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유의할 점은 고전 소설이 지니고 있는 특징 중 하나인 비현실성으로, 이것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제시문 (나)의 인물들은 성적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나약한 존재로 비판할 수 있다. 물론 진정한 자기애와 자아 정체감이 결여된 학생들로 그들의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들에게 성적제일주의 가치관을 지니게 한 가정과 사회, 교육의 잘못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제시문 이해를 통해 문제를 진단하고 원인을 분석한 후 생명 중시 풍조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죽음의 의미를 재조명해 봄으로써 진정한 자기애를 발견하고 가치 있는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제시문 이해로 논제 접근을 한다면 (가)(나)글의 인물이 처한 상황 이해와 인물들이 겪는 갈등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갈등의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물음을 던져 보고 문제 발견과 문제 해결방안으로 논거 생성을 해야 한다. 문제 발견은 옹호하기와 비판하기, 문제 해결방안은 개인적, 교육적, 사회적 방안으로 논거를 생성한 후 논지를 확정할 수 있다.

또한 출제 유의 사항에서 조건을 제시한 것에 대해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제를 진단하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독서 체험을 바탕으로 주장의 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예문

동방여중 3학년 전푸름
죽음의 자각은 더 치열한 삶을 자극한다

▲ 전푸름 동방여중 학생
▲ 전푸름 동방여중 학생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으며 ‘청소년 자살’과 같은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 자아정체성이 성립되지 않아 양극단의 생각으로 치달으며 혼란을 겪기 쉬운 청소년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제시문 (가)는 궁녀인 운영과 그녀가 사랑하는 김 진사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조선시대 궁녀들의 구속적인 궁중생활과 신분제도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는 고전소설인 ‘운영전’의 일부로 운영은 결국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목을 매어 자살하고 만다.

어떻게 보면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운영의 사랑, 고전 소설의 비현실성은 땅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하늘에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죽음을 뛰어넘는 위대한 사랑으로 미화하고 있다. 운영은 며칠동안이라도 김 진사를 보지 못하면 보고 싶어 가슴 아파하면서도 어떻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서 운영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평생 가슴 아프게 할 수가 있는가? 자신만의 사랑을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은 운영의 사랑은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제시문 (나)에서는 요즘 청소년들의 성적으로 인한 자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사문이다. 이렇듯 학력위주의 사회풍조가 청소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오체 불만족’의 저자인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사지가 없이 태어났지만 사지가 온전한 사람들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항상 노력하여 얼마 전에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처럼 불완전한 자신을 노력으로 극복하는 사람들에게는 포기란 없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우리를 더 치열하게 살도록 자극한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책에서 가장 감명을 받았던 이 구절은 우리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삶을 쉽게 포기하고 그저 벼랑 끝으로 내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만약, 당신의 자아정체성이 무너져 ‘나는 누구인가’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삶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과연 죽음을 택할 만큼 존귀하지 않은 사람인가,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이 나의 인생과 그리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보다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좋으리라.

삶이 충실할수록 죽음 또한 아름답다.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고 간 죽음은 온몸을 나눔으로 생명을 살린다. 인간은 불완전하지만 부족함을 채워가는 노력을 통해 우리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가야 한다. 헛되고 무모한 죽음의 유혹으로부터 우리 삶을 지키고 더욱 알찬 삶을 나누면서 감사하며 살자. 그러니 지금 이 순간도 너무나 소중한 순간이기에 매 순간을 감사하고 사랑하며 나누는 삶으로 충실하게 살아가야 한다.


총 평

독서체험 바탕에 설득력 더해
다양한 관점 폭넓은 생각 필요

▲ 정진희 동방여중 교사
▲ 정진희 동방여중 교사
중학생 논술은 제시된 문제를 읽고 논제와 출제의도를 파악하여 자신의 관점을 진술하는 독서 논술로 사고력과 논리력을 요구한다. 평소에 폭넓은 독서는 논술의 밑거름이 된다.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풍부한 배경 지식과 비판의식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푸름이 학생은 서론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적 문제 중에 하나인 자살률을 제시하면서 (가)(나)지문에 나타난 인물들의 갈등해결의 문제점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본론에서는 제시문 (가)(나)에 나타난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갈등의 원인에 대해 바르게 파악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한 평가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오체불만족’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등 독서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잘 이끌어 내고 있다.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하고 있는 학생이라고 여겨진다. 결론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진술하고 있다.

단, 아쉬운 점은 제시문 (나)에서 ‘학력위주의 사회풍조가 퍼져 청소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문제 진단을 하고 문제 해결을 개인적 방안으로만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교육과 공교육, 사회의 역할 강화 등 관점을 넓혀서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삶의 의지이다.

또한 앞 뒤 문장을 연결시켜 주는 단어 선택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첫 단락 두 번째 문장의 시작인 ‘그럼’과 결론의 마지막 문장의 시작 ‘그러니’는 구어체의 말투로 빼버리거나 바꾸는 것이 좋다. 사실 논술에서 문장을 연결시키는 단어 선택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렵다.

마지막으로 논술에서는 명료한 문장을 요구한다. 셋째단락 ‘운영은 며칠동안이라도~가슴 아프게 할 수가 있는가?’는 설명하는 표현으로 명료성이 다소 떨어진다. 문장 표현을 고민해 보는 것이 좋겠다.

전반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제시하면서 무리 없게 이끌어 내고 있으나 다양한 관점으로 폭넓게 생각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명료한 문장 표현도 관심을 갖고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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