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가족이라는 이름,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나는야 논술 짱]가족이라는 이름,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중도일보-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기획

  • 승인 2007-04-11 00:00
  • 신문게재 2007-04-12 12면
문제)
제시한 글과 그림은 우리나라 설날에 관한 것이다. 과거와 현재 설날의 모습을 비교해 보고 오늘날 우리가 계승해야 할 명절의 가치를 진술하시오.


※유의사항
①사회·문화적인 입장에서 타당성 있는 근거를 제시할 것
②1200(±100)자 분량으로 할 것
③시간은 120분임


가)
우리 고장에서 일 년 중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이 되었다. 한밤중에 조상의 신주 앞에 제사를 드리고, 어린애들은 안방으로 불려가 맛있는 음식과 과일을 맘껏 먹으며 놀고 싶은 만큼 놀았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설빔을 입고 친척집과 친한 이웃집에 세배를 드리러 다녔다. 날씨는 무척 추웠다. 길바닥은 꽁꽁 얼어붙어 매우 미끄러웠고,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바람이 마구 휘몰아쳤다.

하지만 우리는 신이 나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절을 하고, 미리 연습해 둔 새해 인사말을 올렸다. 어디에 가나 어른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고, 맛있는 음식과 과일을 대접해 주었다. 친절하고 다정한 인사말을 듣고, 맛있는 것을 대접받는 명절은 너무나 행복했다.

우리 집에서도 할머니를 비롯하여 구월이에 이르기까지 온 식구가 좋은 옷을 입고, 누구 하나 찌푸리지 않고 하루 종일 웃는 얼굴을 하였다. 그리고 모두가 좋은 말만 하였다.

우리 집에서 마름으로 있으며, 항상 나를 쓸모없는 녀석이라고 놀려대던 성질 사나운 순옥이 아저씨까지도 오늘은 다정하게, 언젠가는 나도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말해 주었다. 모두들 덕담을 하며 선물을 주었다.
- 이미륵, 『압록강은 흐른다』 -

나)
설이라는 말은 ‘사린다’, ‘삼간다’에서 온 말로, 조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또 ‘섧다’는 말로 슬프다는 뜻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설이란 그저 기쁜 날이라기보다 한 해가 시작된다는 뜻에서 모든 일에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는 매우 뜻 깊은 명절로 여겨 왔다.

그래서 설날을 신일(삼가는 일)이라고 해서 이 날에는 바깥에 나가는 것을 삼가고, 집안에서 지내면서, 일 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지낼 수 있게 해 주기를 신에게 빌어 왔었다.
- 이태희 엮음, 『우리나라 세시풍속』 -

다)
“제일 먼저 두부 굽네/이것쯤은 가비얍네/이번에는 나물 볶네/ 네 가지나 볶았다네/냄비 꺼내 탕 끓이네/ 친정엄마 생각나네…남자들은 티비보네/뒤통수를 째려봤네.”

명절을 앞두고 주부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아줌마닷컴에 올라온 글이다. 사실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명절은 ‘노동절’이다. 명절연휴에 이어지는 부엌일에 대한 부담은 물론 철저한 남녀불평등이 명절문화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달 초부터 여성 포털사이트에는 명절증후군을 하소연하는 주부들의 사연과 이를 극복한 사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줌마닷컴에서는 이달 말까지 ‘2006 즐거워라, 우리명절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 ○○일보, 2006. 9. -


논제분석·출제의도 파악
과거와 현대의 명절 비교
미풍양속 올바른 계승 제시

각 제시문은 설날에 대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는 어릴적 추억 속 설날에 대한 정경으로, 풍요롭고 흐뭇하며 조상과 어른에게 인사하는 미풍양속으로서의 명절이다. (나)는 세시풍속에 나타난 ‘설’의 의미와 의의를 제시하였고, (다)는 현대 주부의 입장에서 본 고된 명절 풍속이다.

(나)를 통해 명절의 본디 의미를 파악하고, 과거 아이의 추억 속 (가)의 명절과 현대 주부의 (다)의 명절을 비교 분석하면서 자신의 관점에서 진정한 명절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미풍양속이 사회`문화의 변화에 따라, 시대와 입장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오늘날 우리가 계승할만한 명절의 가치와 의의는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것이 출제 의도이다.

(다)를 분석할 때는 남녀평등의 문제에서 접근하되, 논제가 요구하는 것은 양성 평등이 아닌 ‘우리가 계승해야 할 가치 있는 미풍양속’이므로 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전통 설날의 모습과 현재 설날의 모습을 비교 분석하고 사회의 변화로 명절문화의 변화된 모습과 우리가 계승해야할 명절의 가치를 서술할것.


학생예문 -대전지족중 3학년 서정임
고유명절 의미 그대로 유지돼야

▲ 서정임 대전지족중 학생
▲ 서정임 대전지족중 학생
매년 찾아오는 설날과 같은 큰 고유명절 연휴엔 어김없이 교통체증이 나타난다. 명절을 보내러 모두들 고향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고향을 찾은 사람들은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도 묻고, 조상께 예의를 갖춘다. 아이들에겐 맛있는 음식을 맘껏 먹는 날이 되기도 하며, 연휴를 보낸 후 어른들이 싸준 보따리를 들고 돌아오는 모습이 우리에겐 아주 익숙하다. 그렇게 고향을 다녀오고 부모님을 뵙고 오는 것이 다시 1년을 보낼 원동력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명절은 조상에게 감사드리고 집안의 어른들을 찾아뵙는 날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지내온 고유명절은 우리들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명절의 하나인 설은 신일이라 하여 새해를 시작하며 조심스럽게 모든 일의 첫발걸음을 내딛는 매우 중요한 명절로 여겨진다. 설날에는 자신이 일 년 동안 아무런 탈 없이 지내길 빌며 친척들에게 두루 덕담을 해준다. 그리고 온 가족이 모여앉아 윷놀이와 같은 여러 가지 전통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이렇듯 설날은 한해의 시작뿐만 아니라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연휴이기에 중요하다.

현대에 이르러 명절을 보내는 모습에선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인간성 보다는 물질을 우선시하고 개인적 사고가 지배적인 오늘날의 사회에서 명절은 흐뭇하고 정겨운 날이 아니라 주부들에게는 고달픈 날로 받아들여지는 시각이 늘고 있다.

과거 명절이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전통적인 축일이었다면, 현대에는 명절의 또 다른 이름이 ‘노동절’이 되었을 정도로 여성들을 과도한 가사노동과 남녀불평등으로 명절증후군에 이르게 만든다. 또 오랜 전통이 계승되어 내려오는 과정에서 그 의미가 불분명해져서 명절을 전통축일이 아닌 단순한 휴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과거에 비해 학업성적이 너무도 중요시 되는 오늘날, 명절 연휴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수험생 또한 많다. 이렇듯 시간에 쫓기는 많은 현대인들은 우리 조상들이 전통적으로 이어 온 명절의 가치를 제대로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듯하다. 우리의 삶이 나날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데에 걸맞게 정신적으로도 우리 삶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고유명절을 올바로 계승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고유명절 속 미풍양속이 간소화 되고 있다. 그러나 명절이 간소화 되더라도 명절의 의미는 본래의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고유명절인 설날은 등한시 하면서도 서양의 크리스마스나 할로윈과 같은 행사들에는 큰 관심을 갖는 현대인의 태도는 분명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절을 통해 우리는 가족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명절은 분명 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고유명절은 전통 음식을 먹고, 전통 놀이를 즐기며, 전통 의례를 지켜 전통 문화를 올바로 계승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삶의 모습이 매우 변화 된 오늘날에 옛 풍습을 그대로 행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우리의 미풍양속이 지니는 가치를 최대한 살려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책임은 필요하다. 세대가 변함에 따라 걸맞는, 함께 귀하게 여기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명절 문화를 만들어 그 가치를 계승할 때 비로소 우리들의 명절은 아름다운 풍속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총 평
깊은 사고력 돋보여… 어색한 글 흐름 아쉬워

▲ 정리다모 대전지족중 교사
▲ 정리다모 대전지족중 교사
논술이란 글쓴이의 생각과 판단이 자연스레 드러나야 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을 어떻게 정리하여 보여 주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글입니다.

정임이의 글은 다른 학생들보다 세상을 보는 안목에 깊이가 있고 깊은 통찰력과 사고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런 안목으로 논제에 맞게 글을 쓴다면 아주 좋은 글이 될 것입니다. 논술을 잘 하려면 먼저 출제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논제에 따르면 본론에서는 과거 우리 설날의 모습과 현재 설날의 모습을 비교 분석한 후, 시대에 따라, 문화의 변화에 따라 명절이 어떻게 의미 변화가 되었는지를 밝히고, 결론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가 계승해야할 명절의 가치를 제시해야 합니다.

정임이의 글은 일단 서론 부분과 본론 부분의 내용 연결이 약간 어색했습니다. 서론에서 제시한 명절의 모습은 본론 2에서 제시한 현재 명절의 문제와 어긋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명절의 문제점으로 제기한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또한 ‘고유 명절을 올바로 계승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으로 반복하여 제시하였고 해결 방안 또한 너무 추상적입니다. 물론 결론에서 구체적인 의의를 제시했지만 그것은 이미 서론에서 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문제점으로 제기한 내용 중 현대 명절이 여성에게 과도한 가사 노동과 남녀불평등으로 ‘명절증후군’에 이르게 되고, ‘노동절’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한 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여성들에게 많은 노동이 부여된 것은 오래된 인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고쳐지지 않고 계속되어 온 것으로 그나마 이런 말들이 기사화되는 것은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함께 일하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자고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논술은 자기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풀어쓰는 글이므로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읽힐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책을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고 논술의 기본에 충실한 글을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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