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매사이트 ‘인터파크’가 2006년 자료를 발표했는데 서울과 경기지역을 제외한 전국 공연장의 예매 현황을 분석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대전은 클래식, 대구는 뮤지컬, 부산은 연극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미 대구는 전용극장을 개관해 ‘뮤지컬특별시’가 되었고, 부산은 4회째 국제연극제를 개최 연극인구의 저변을 확대했다. 그리고 클래식에서 실질적인 유료 관객이 제일 많은 도시는 대전이었다.
지난해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뉴욕 필’ 공연은 R석이 20만원으로 서울 25만원과 별 차이가 없었으나 전석이 매진이었다. 한편 인천은 모든 장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랫동안 ‘공연불모지’로 기획사들이 회피하는 도시였는데 몇 년 사이 환골탈태한 것이다. 비결은 시의 보조금 정책이었다. 예전에는 인천의 티켓 가격이 서울의 70~80% 선이었는데 지금은 30% 선으로 다운되었다. 인천시는 2005년부터 시립 공연장은 물론 전시장까지 대폭적인 ‘가격파괴’ 지원정책을 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1966년 보몰(W. Boumol)과 보웬(W. Bowen)은 ‘공연예술: 경제적 딜레마’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정부 보조금같은 사회적 지원이 예술적 생산을 촉진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바로 예술의 생산성이 일반 재화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보몰의 법칙’을 내세워 모든 자치단체가 공연예술에 지원하고 있지만 시책은 다르다. 바로 대구나 부산처럼 ‘특성화’나 인천같이 ‘신선한’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전시와 충남도의 문화정책은 폐쇄적이고 관행적이다.
이런 면에서 무엇보다 시.도립 예술단체의 운영 시스템부터 고쳐야 한다. 현재 대전은 교향악단을 비롯한 5개 단체 249명이 한해 79억 4000만 원을 쓰고 있다. 충남은 부여전통국악단을 포함해 3개 단체 148명이 60억 남짓한 예산으로 움직인다. 대구는 7개에 89억원, 광주는 6개에 70억원 규모로 운영된다.
이처럼 예산은 비슷하나 운영 시스템은 전혀 다르다. 대구는 문화예술회관장을 외부 공채로 초빙하고 시립단체의 운영 전권을 넘겨주었다. 시에서는 홈보와 예산 집행을 감사할 뿐 지휘자와 단원 선발에서 공연기획까지 일체 간여하지 않고 있다. 광주는 개방형은 아니지만 문화적 식견이 탁월한 고위 공무원을 관장에 임명하고 자율적인 체제로 전환했다.
최근 대전시립예술단체의 지휘자 위촉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잡음이 들린다. 5개 중에 3개 단체가 임기가 만료되거나 사의를 표명했는데 선정이 늦어지면서 불거졌다. 시에서도 최고의 지휘자를 뽑고자 고심하겠지만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게 넘길 일이다.
사실 1981년 창립된 합창단을 비롯해 5개 단체가 전국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것은 시 ‘직영’ 시스템 덕분이다. 그러나 이제 별도 재단이나 법인으로 순차적으로 독립시키든가, 구청으로 이관하고 시는 보다 거시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도입할 때다. 또한 공채를 통해 예술행정과 공연기획을 전공한 전문가를 확보해야한다.
이제 대전시나 충남도는 ‘못자리 문화정책’을 탈피해야한다. 웃자란 모들은 빨리 내고, 전반적인 문화토양을 분석하고 새로운 직파 농법을 도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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