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창기 천안 쌍용고 교장 |
어제 저녁 밤 9시가 넘어 저는 한편의 아름다운 드라마 같은 광경을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제자와 은사의 만남에서 보았습니다. 올 2월에 첫 졸업생을 배출한 본교로서는 장남 장녀이기에 그들에게 거는 기대도 컸고 정도 많이 들었던 제자들 입니다.
졸업한지 두 달 남짓 동안 의젓한 대학생이 되어 한 주간의 수업을 모두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금요일 늦은 밤 시간에 오늘도 수고하고 계실 고3 시절 담임선생님을 뵈러 아홉 명의 졸업생이 학교를 방문하였습니다. 후배들의 공부에 피해가 있을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두 분의 선생님과 제자들이 학교 정원에서 월봉산을 바라보며 늦은 밤 시간에 얼싸안고 고3 시절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정을 나누는 모습은 멀리 떠 있는 달님도 부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머리 자유스럽게 길러서 좋지?” 라는 제 질문에 “아뇨. 고3 시절이 정말 그립습니다” 하며 불 밝은 교실 쪽을 바라보는 그들은 의젓한 대학생 모습이었습니다. 교육의 힘은 선생님의 열정과 사랑을 통하여 제자들에게 나타납니다. 졸업식 날 환하게 미소를 머금고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기뻐하던 남학생 3명이 기억납니다.
신설학교인 본교에 입학할 때만해도 성악을 전공한다는 것은 전혀 기대도 못했던 학생들이 음악선생님의 섬세한 발굴과 지도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진학지도가 어려운 여건이지만 밤늦은 시간까지 선생님의 열정적인 지도와 제자 사랑이 결실을 맺어 모두 다 명문 4년제 대학교 성악과에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요즘 신문에 가끔 학교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를 대하면서 저는 오늘도 이 길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교직에 입문한 젊은 선생님들에게 혹시 사기를 저하 시키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아직도 이 땅에는 많은 선생님들이 제자들을 내 자녀로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것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음을 기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학교생활에서 부적응 학생으로 인식되고 가정에서도 부모님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학생들도 우리가 보살피고 사랑과 훈계로 품어야할 우리의 제자들이기에 선생님의 역할은 직업인 이전에 성직자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선생님 스승의 날 꼭 찾아뵙고 멋있게 쏘겠습니다.” “내가 점심 사줄 테니 꼭 와라.” 헤어지는 선생님과 제자들의 모습은 저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 깊은 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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