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방 만드는 공장에서 일합니다”라고 답했다. 객실정비를 담당하는 신씨에게 룸메이드는 단순히 고객이 사용한 객실을 청소하는 일이 아니다. 14년 넘게 룸메이드로 일 해오는 동안 그녀의 직업은 방을 새롭게 단장해 다음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 생산자’다.
그녀가 ‘우렁각시’ 룸메이드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전에서 엑스포가 열렸던 93년. 의상실에서 20년 넘게 미싱사로 일했던 신씨는 호텔 미싱사로 들어갔다 일감이 많지 않아 자연스레 객실청소를 배우게 됐다.
“가진 기술이라고는 미싱질뿐이었죠. 호텔 미싱사가 되면 생활이 나아질까 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청소를 배웠어요. 처음엔 자존심도 상했지만 마음먹기 나름이더라고요. 1년쯤 지났을까 지금 호텔에서 사람구한다기에 들어왔지요. 엑스포가 있던 해라 기억이 생생하네요.”
그녀의 주된 업무는 객실정비. 고객이 체크아웃을 하면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창문을 열고 쓰레기를 수거하고 시트정리, 욕실청소, 먼지제거, 시설물 정리 등을 마치고 나면 25분에서 30분이 소요된다. 초보의 경우 1시간 넘게도 걸리는 걸 생각하면 그녀만의 노하우가 있기에 시간 절약이 가능하다. 아침 8시에 출근해 객실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14~15개 정도 방을 청소하고 나면 그녀의 하루는 마무리 된다.
가냘픈 체구와 적지 않은 나이를 생각하면 힘들 법도 한데 그녀에게 룸메이드는 건강과 행복을 안겨주는 복덩이란다.
“룸메이드로 일하면서 두 자녀는 시집을 보냈고 막내아들 수술비도 마련했지. 이 일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어. 지난해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세상을 어찌 살까 했지만 이 일이 있었기에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아.”
룸메이드에 대한 이런 그녀의 열정을 회사도 알아줬다. 서비스의 최강자를 뽑는 ‘서비스최우수종사원상’을 2번이나 받았다. 더욱이 그녀만의 기술인 재봉 기술을 활용해 호텔 내 필요한 소품을 직접 제작, 호텔 내에서 정말 받기 힘든 상으로 통하는 ‘원가절감상’도 받았다.
“룸메이드로 일해 오면서 단순히 청소가 내 업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고객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분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방 만들기에 최선을 다했죠. 앞으로 정년까지 남은 2년의 시간에도 지금처럼 일 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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