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정비 14년 ‘우렁각시’

객실정비 14년 ‘우렁각시’

“단순청소 아닌 방 생산자” [최고를 향하여]유성호텔 룸메이드 신춘의씨

  • 승인 2007-04-09 00:00
  • 신문게재 2007-04-10 10면
  • 박은희 기자박은희 기자
지난 2002년 동아시아 축구대회 숙소로 지정된 유성호텔에 북한 선수들이 투숙했다. 그들 중 북한 감독이 룸메이드로 일하고 있는 신춘의(55.사진)씨에게 “당신은 어느 공장에서 일합니까”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녀는 “방 만드는 공장에서 일합니다”라고 답했다. 객실정비를 담당하는 신씨에게 룸메이드는 단순히 고객이 사용한 객실을 청소하는 일이 아니다. 14년 넘게 룸메이드로 일 해오는 동안 그녀의 직업은 방을 새롭게 단장해 다음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 생산자’다.

그녀가 ‘우렁각시’ 룸메이드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전에서 엑스포가 열렸던 93년. 의상실에서 20년 넘게 미싱사로 일했던 신씨는 호텔 미싱사로 들어갔다 일감이 많지 않아 자연스레 객실청소를 배우게 됐다.

“가진 기술이라고는 미싱질뿐이었죠. 호텔 미싱사가 되면 생활이 나아질까 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청소를 배웠어요. 처음엔 자존심도 상했지만 마음먹기 나름이더라고요. 1년쯤 지났을까 지금 호텔에서 사람구한다기에 들어왔지요. 엑스포가 있던 해라 기억이 생생하네요.”

그녀의 주된 업무는 객실정비. 고객이 체크아웃을 하면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창문을 열고 쓰레기를 수거하고 시트정리, 욕실청소, 먼지제거, 시설물 정리 등을 마치고 나면 25분에서 30분이 소요된다. 초보의 경우 1시간 넘게도 걸리는 걸 생각하면 그녀만의 노하우가 있기에 시간 절약이 가능하다. 아침 8시에 출근해 객실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14~15개 정도 방을 청소하고 나면 그녀의 하루는 마무리 된다.

가냘픈 체구와 적지 않은 나이를 생각하면 힘들 법도 한데 그녀에게 룸메이드는 건강과 행복을 안겨주는 복덩이란다.

“룸메이드로 일하면서 두 자녀는 시집을 보냈고 막내아들 수술비도 마련했지. 이 일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어. 지난해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세상을 어찌 살까 했지만 이 일이 있었기에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아.”

룸메이드에 대한 이런 그녀의 열정을 회사도 알아줬다. 서비스의 최강자를 뽑는 ‘서비스최우수종사원상’을 2번이나 받았다. 더욱이 그녀만의 기술인 재봉 기술을 활용해 호텔 내 필요한 소품을 직접 제작, 호텔 내에서 정말 받기 힘든 상으로 통하는 ‘원가절감상’도 받았다.

“룸메이드로 일해 오면서 단순히 청소가 내 업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고객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분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방 만들기에 최선을 다했죠. 앞으로 정년까지 남은 2년의 시간에도 지금처럼 일 할거예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수능 영역별 분석] 1등급 구간대 국어·수학 만점 맞아도 경쟁력 확보 어려울 듯
  2. '역대 최대 N수생' 2025학년도 수능 작년보다 쉬웠다… 변별력 확보 관건
  3. [2025 수능 현장스케치] 수험생 부모들 긴장한 모습 역력 "고생한 만큼 좋은 결과 있길"
  4. [2025 수능] 대전·세종·충남서 한마음 한뜻 수험생 지원 대작전(종합)
  5. 환경단체 세종보 밤샘농성 200일 넘어 '겨울로'…사태 장기화 부담
  1. 한국타이어 2024년 임금 협상 잠정합의
  2.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아버지 세대 얘기?
  3. [수능 이후 대입전략] 대학별 수시 논술·면접고사 준비 이렇게…
  4.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4년 11월15일 금요일
  5. 트럼프 승리가 시사하는 경제정책은?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7. 대전 대흥동 카페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7. 대전 대흥동 카페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역대 최대 N수생` 2025학년도 수능 작년보다 쉬웠다… 변별력 확보 관건
'역대 최대 N수생' 2025학년도 수능 작년보다 쉬웠다… 변별력 확보 관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14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282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N수생이 역대 가장 많이 응시한 이번 수능은 전반적으로 전년도 수능보다 체감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5학년도 수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출제했다는 게 출제본부의 설명이다. EBS 연계율을 평균 50% 수준으로 하고 2023년 6월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라 이른바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출제됐다. 최중철..

무인카페 비밀번호 알아내 500만원어치 무단취식한 고등학생들
무인카페 비밀번호 알아내 500만원어치 무단취식한 고등학생들

대전 한 무인카페에서 10대 무리가 돈을 내지 않고 음료를 수차례 뽑아 마신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점주는 이 학생들로 인해 500여 만 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한 무인카페 점주로부터 '돈을 내지 않고 음료를 뽑아 먹은 학생들이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해당 점포의 키오스크(무인 단말기)에는 관리자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무료로 음료를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점주는 비밀번호를 통해 마신 음료의 금액이 과도하게 많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인근 고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우리 딸 파이팅’ ‘우리 딸 파이팅’

  • 수능 끝…‘고생했어 우리 딸’ 수능 끝…‘고생했어 우리 딸’

  • 수능 기다리는 수험생들…‘긴장되는 순간’ 수능 기다리는 수험생들…‘긴장되는 순간’

  • 2025학년도 수능 D-1, 유의사항 읽는 수험생들 2025학년도 수능 D-1, 유의사항 읽는 수험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