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적으로 살펴보면 미술관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홉 명의 여신 뮤즈(Muses)들이 기거하는 신전을 의미하는 뮤제이언(Museion)에서 유래한다. 반면 이런 의미로도 이해 가능 하다. 즉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전시공간은 한 국가가 지닌 정치와 경제력의 단면을 보여주는 틀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소위 17세기 이후 서구 유럽 강국이라 할 수 있는 군주들은 자신들의 막강한 힘을 강제 동원해서 대륙너머에 있는 진귀하고 희귀한 예술품과 골동품을 전리품으로 취해 진열해 온 정치와 경제사로써 말이다.
그리고 20세기 이후에는 전 세계적으로 각 나라들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주도적으로 설립함으로써 미술관과 박물관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의미심장함을 지닌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렇게 미술관에 대한 역사적 흐름에서 종교적, 정치적, 교육적, 경제적, 문화유산의 보존적 기능들의 측면들을 지녀 왔음을 생각해보며, 결코 미술관에 대한 어떤 하나의 역할과 영역이 결정될 수 없음을 인식하게 된다. 그럼 문화의 시대라고 하는 새로운 21세기형에 걸 맞는 현재적 미술관의 역할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에 일어나는 도시의 다양한 사회변화들의 흐름의 근저에는 문화적 공간과 문화적 가치인식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주요 도시 곳곳에 위치하고 있는 문화적 공간은 스스로 자신의 의미를 단지 예술문화의 영역에만 위치 지우지 않으며, 오히려 주도적으로 그 사회의 변화를 시도하고 도시의 지역경영에 대한 영향력과 참여적 교육에 파급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문화공간의 주역인 미술관은 더 이상의 종교적 제단이나 한 통치자 개인이 갖는 힘을 상징하거나 진열의 공간이라는 근대의 단순한 발상으로서는 더 이상 이해될 수 없다. 미술관은 이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문화의 입체적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미술관의 생명력은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기능되어야한다. 지역문화예술의 풍부한 자산 역시 결국 지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오픈되고 서로 간에 상호소통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관계에서만 기름진 지역문화예술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것이 미술계 안팎에서 바라는 미술관의 본래적 기능수행이며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미술관의 소임임을 잊지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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