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논술 짱]세계화, 우리농촌의 생존권을 위협하는가

[나는야 논술 짱]세계화, 우리농촌의 생존권을 위협하는가

중도일보-대전광역시교육청 공동기획 고등논술

  • 승인 2007-04-04 00:00
  • 신문게재 2007-04-05 12면
문제
(가)와 (나)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회 현상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다)와 같은 해결 방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논하시오.

유의사항
①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제시할 것.
② 1600(±160)자 분량으로 할 것.
③ 시간은 120분임.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 신경림, 농무(農舞) -


최근 5년 동안에 폐교된 학교가 무려 1200개교가 넘고 올해도 다시 300∼400개교가 문을 닫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농촌의 초등학교는 마을의 꽃이고 미래였습니다. 꽃이 없어지고 미래가 사라진 이 황량한 교정에서 어느 한 사람의 추억에 잠기는 것은 감상(感傷)입니다. 당신의 말처럼 시선을 들어 농촌을 보아야 합니다. 2억 평의 농경지가 묵고 있는 농촌 그리고 해마다 수십만 명씩 떠나간 농촌의 실상을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땅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을 찾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세계화의 시대, 정보화의 시대, 하이테크의 시대라는 용어를 거부하는 당신의 고집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세계화’의 도도한 물결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함포보다도 더 강력한 무기가 장착된 도전임에 틀림없습니다. 안방의 밥상 위에까지 발을 올려놓는 거대한 공룡의 내습입니다.

결국 물이 낮은 데로 흘러가듯이 당연히 가장 약한 곳으로 그 중압이 전가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간의 이농(離農)과 탈농(脫農)은 오로지 이러한 중압을 벗어나려는 기약 없는 몸부림일 뿐 푸른 희망을 가슴에 안고 떠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제 농업은 단 하나의 잣대인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하여 그 운명이 재단될 것이라는 당신의 전망은 차라리 절망입니다. 농촌은 떠나야 할 땅이고 농업은 버려야 할 산업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어린이가 없는 농촌, 농촌이 없는 도시, 농업이 없는 나라, 농민이 없는 민족으로 21세기를 살아가야 될지도 모릅니다.
- 신영복, <나무야 나무야>에서 -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우리쌀지키기 식량주권수호 국민운동본부’도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실에서 쌀 협상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후 2시부터 청와대 근처인 서울 종로구 옥인동 범혜사 앞에서 문경식 전농 의장과 각도연맹 의장 등 20여명이 무기한 거리농성에 들어갔다. - ○○일보 -


논제분석·출제의도 파악

농업개방에 따른 사회문제 인식
집단시위 등 창의적 해결안 요구

논술은 주어진 문제 상황을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사고로 재구성하여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고자 하는 것이다. 이 문제도 삶의 현실에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 나가는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하는 문제 유형이다. 사회구조 변화로 심각하게 쇠락하고 있는 농업과 농촌의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집단행동과 거리농성에 들어간 사회단체들의 행동을 생각해보게 함으로써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을 모색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농촌 사회의 이농, 탈농 현상에 의한 농촌사회의 공동화와 농업의 쇠락에 의한 절망적인 미래를 인식해야 한다. (가)에서는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농민들의 원통한 심정과 쪼무래기와 처녀애들만 남은 농촌 사회의 실상을 통해 사회 구조의 변화와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피폐해진 농촌의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나)에서는 농촌 초등학교의 폐교 상황을 통해 어린이가 없는 농촌, 농촌이 없는 도시, 농업이 없는 나라, 농민이 없는 민족이라는 비극적인 미래를 예언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다양하게 분석될 수 있다. 산업화, 도시화에 의한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제시할 수도 있고, WTO, FTA와 같은 세계화 흐름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을 제시할 수도 있다.

논술 문제 중에는 어느 정도의 답변의 방향을 제한하는 문제도 있다. 그림 (다)는 농민·시민·사회단체들의 거리농성이나 집단시위 등 무력행사에 대해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해결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집단행동의 역할과 한계, 대화와 협상의 방법과 노력에 대한 총체적인 사고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농업경제의 경쟁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면 뛰어난 글이 될 수 있다.


학생예문 - 충남여고 3학년 방소윤
긍정·능동적 사고로 ‘FTA파고’ 넘어야

▲ 방소윤 충남여고 학생
▲ 방소윤 충남여고 학생
‘모두가 빅맥을 먹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 때보다 김치를 잘 알아야 한다.’ 이 말은 세계화 시대에서 우리가 어떠한 자세로 대처해야 할지를 잘 알려준다. 세계화는 엄청난 이득을 가지고 왔다. 그러나 그에 따른 피해도 만만치 않다. 특히 우리 농촌에 대한 세계화의 영향은 엄청나다. FTA는 국가 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무역 장벽을 제거시키는 협정으로 우리나라의 농업 시장 개방을 끊임없이 요구해 오고 있다. 이로 인해 농촌은 그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으며 이를 잘 나타내주는 사례로는 지난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농업시장 개방 반대 시위를 하던 중 할복자살을 한 이경해씨의 사건이 있다.

제시문 (가)와 (나)에서는 산업화, 세계화의 흐름에서 우리 농촌의 농민들은 갈수록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한다. 제시문 (가)는 신경림 시인의 ‘농무’라는 시로 산업화 되어가는 농촌 현실에서 소외된 농민들의 한과 울분, 그리고 농촌 공동체 전통 붕괴의 현실을 담고 있다. 또한 제시문 (나)에서는 이촌향도의 현상으로 폐교된 학교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농민들이 고향을 떠나게 하는 원인에는 세계화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단기간 내에 급격한 성장을 거두었다. 그러한 산업화의 과정에서 농촌과 농민을 희생시키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되어 왔고 이에 따라 농민들은 서서히 생존권에 대한 위협과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를 느끼게 되었다. 이에 더해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우리 농촌에 더욱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현재 상태대로 체결될 경우 단기간에 수조원의 피해뿐 아니라 실업, 농업환경 악화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농산물은 수입 농산물에 비해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지만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 소비가 줄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 농민들이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것이다. 또한 이에 따라 농촌에서의 일자리도 급격히 감소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농민의 수는 점점 감소하게 되어 농촌이 없는, 농민이 없는 대한민국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화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처해있다. 그러므로 우리 농촌 사회를 살리기 위해 농업시장 개방에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제시문 (다)에서는 기자회견을 열거나 거리 농성에 들어가는 등 협상을 하려는 태도가 부정적이며 일방적이다. 이제 부정적 피해 의식보다 긍정적인 생산성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

상황을 능동적으로 해결하려는 사고만이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또한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전화위복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더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개발하고 연구하는데 힘써서 세계화라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기보다는 반대로 주어진 조건을 잘 활용해 최대한 우리 농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국민들이 우리 농촌에 대한 문제점을 바로 알도록 힘써야 한다. 지난해 12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경형 감독을 중심으로 영화인들이 모여 ‘FTA 피폐 농촌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국내 농업 총생산 피해액이 8조 8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는 가운데 대국민 홍보를 통해 문제점을 알리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를 분쟁의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전진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자세로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총 평
관심 끄는 ‘인용어’ 첨가 돋보여
구체적 협상방법·결론부분 아쉬워

▲ 홍경옥 충남여고 교사
▲ 홍경옥 충남여고 교사
학생들의 글이 유사한 어휘와 유사한 구성으로 논술 채점자들을 지루하게 한다. 이 때 참신한 시작과 끝맺음, 참신한 사례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최선의 조건이다. 이 학생의 글에서 ‘빅맥’의 시작은 읽는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인용이다. 여기에 인용 문장의 긴장감과 적합성이 더해진다면 최상의 작품이 될 수 있다. 제시문 분석이 간결하고 정확하게 잘 되어 독해능력이 뛰어난 학생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문제점으로 세계화에 의한 농민과 농촌의 불평등을 제시한 점도 무난하다.

해결방안으로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협상 태도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단체 행동에 대한 비판적인 지적과 농촌 활성화 방안을 대응시킨 균형적인 답변도 무난하다. 여기에 부연시킨 농촌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 방안도 적절하게 진술되고 있다. 그러나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다 보니 구체적인 협상 방법과 총체적인 결론이 미약하게 들어가 있는 점이 아쉽다.

학생들의 글에서 의견과 사실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주장과 논거의 타당성이 부족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 학생도 1문단에서 농촌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는 근거로 할복자살을 한 이경해 사건을 제시한 점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제시문 (가)는 교과서에 실려 있고, (나)는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며, 그림 (다)는 시사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건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일수록 독창적이고 참신한 사례와 구체적인 해결방안 제시가 우수성을 판가름하는 관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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