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중호 수필가 |
은혜란, 다른 사람이 베풀어준 신세나 혜택, 즉 고마운 마음이라 하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은혜를 입고 지낸다. 국가의 은혜,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은혜, 선생님의 은혜, 동료나 선.후배로부터 받은 은혜 등이다. 일본 속담에도 은혜를 갚으면 출세의 상이고, 은혜를 모르면 구걸의 상이라 하였다. 은혜를 안다는 것은 나이가 들었다 해서 아는 게 아니다. 어린 아이도 고마움을 아는가 하면, 나이든 어른도 고마움을 모르는 이가 더러 있다.
그래 은혜를 알면 인생의 반을 배웠다고 하면 지나친 말이 될까? 열 가지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이나, 죽어 혼령이 되어서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았다는 ‘결초보은(結草報恩)’, 술에 취해 낮잠을 자는 주인을 불에서 구해준 ‘오수의 개’, 구렁이에게 물려죽을 뻔한 까치새끼를 포수가 구해주자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어미가 종을 쳤다는 ‘치악산 까치의 전설’, 등 은혜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다. 이렇듯 하찮은 짐승이나 새도 은혜를 아는데 사람으로 태어나 은혜를 모른다면 무어라 말 할까?
이틀 후면 찬밥을 먹는다는 한식(寒食)이다. 한식의 유래도 은혜와 관련이 있다. 춘추시대 진나라 문공은 왕자시절 내란을 피해 19년간의 긴 망명생활을 하였다. 문공이 산 속에서 굶주림에 지쳐 사경을 헤맬 때 신하 개자추(介子推)가 자신의 허벅지 살을 떼어 그에게 먹였다. 그 후 목숨을 건진 문공은 천신만고 끝에 왕이 되어 공신들에게 토지와 벼슬을 주었으나, 개자추에게는 별다른 보상이 없었다.
그는 문공의 곁을 떠나 어머니를 모시고 산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뒤 늦게 개자추를 생각하게 된 문공은 산 속으로 사람을 보내 그를 찾았다. 하지만 그는 임금의 뜻을 사양하고 더 깊은 산 속으로 숨어버렸다. 이 소식을 들은 문공은 석 달을 몸져눕고 일 년 동안 개자추의 이름을 불렀으나 찾을 길이 없었다. 문공은 산에 불을 놓았다. 그리하면 개자추가 불을 피해 나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견한 것은 어머니를 껴안은 채 타죽은 개자추의 시신뿐 이었다. 문공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래서 불에 타 죽은 개자추를 애도하기 위해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은 사흘 동안 불을 피우지 않고 찬밥(한식)을 먹는다고 한다.
은혜는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은혜를 입고도 모른체 하거나 갚을 줄 모르는 사람은 인생을 헛산 것이 아닐까? 작은 신세도 마음속에 새기며 고마워하는 마음을 길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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