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보다 뒤처진 개발도상국 몇 나라에서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일 년 동안 살아보았다. 태국의 방콕에 교환교수로 가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면서 일 년을 보냈고, 남미의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시온에서도 약 3개월간 교환교수로 살아보았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는 방학기간 동안 3개월 정도 남미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한국의 산업자원부와 같이 산업육성을 담당하는 기관인 페루 생산부에서 산업정책 자문을 하면서 그 나라를 속속들이 경험할 수 있었다.
1970년대에 우리보다 잘 살았던 태국의 국민소득은 현재 2000 달러 정도에 머무르고 있고 파라과이의 국민소득은 500 달러 정도로 매우 가난한 나라이다. 페루의 경우는 1960년에 국민소득이 1220 달러로 당시에 79달러에 불과하던 한국보다 15배 정도 잘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약 반세기가 흐른 다음 2006년의 국민소득을 비교해보면 페루는 1900 달러 정도였고 한국은 약 1만8000 달러를 기록해 한국이 약 10배 정도 잘살게 되었다.
과거에 우리 보다 잘 살던 국가들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무엇이 한국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급속한 발전을 이루게 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리마에서 필자와 함께 일하던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MBA 출신의 유태계 국장은 그 원인을 사회경제적인 문제와 지도자의 선택에서 찾았다. 그들이 만난 지도자들은 쫓겨난 태국의 탁신총리 같이 부패했거나, 1970년대에 사회주의 정책을 택했던 남미의 지도자들처럼 국가의 명운을 결정짓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잘못된 선택을 한 경우가 많았다.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치가와 학자를 포함한 엘리트 계층은 현재를 즐기는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여 특권을 유지하는데 급급하였다.
이런 점과 비교해 볼 때 그 동안 우리는 얼마나 훌륭한 지도자를 만났는지 모른다. 해방 후에 이승만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선택하였다. 만약 그 때 북한처럼 공산주의를 택했다면 지금 같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발전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박정희 대통령은 원하기만 했다면 대다수 후진국 지도자들처럼 엄청난 돈을 축재하고 망명의 길을 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빈곤에서 탈출시키는데 전념하였다. 비록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지만 전두환 대통령은 개발도상국 최초로 88올림픽을 유치했고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었으며 노태우 대통령은 헝가리, 소련 및 중국과의 국교를 회복하고 북방정책을 추진하는 등 한반도 냉전해소에 일정부분 공헌하였다.
김영삼 대통령은 비록 외환위기를 초래했지만 최초의 문민정부를 수립하고 군의 정치중립화와 금융실명제를 시행하는 업적을 남겼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한반도 해빙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은 아직 평가가 이르지만 권위주의 청산,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 그리고 FTA 체결이라는 업적을 남길 것 같다.
어떤 현상을 부정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도 불만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적 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결과를 놓고 볼 때 우리는 우리가 해방 후에 지도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지도자들을 참 잘 만났고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본다. 특히 필자가 경험해 보았던 개발도상국과 비교해 볼 때는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렇게 긍정적인 면에서 볼 때 우리는 우리의 지도자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아니 그들을 잘 선택한 우리 스스로에게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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