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아시아 젓가락 문화 중 대부분은 중국, 일본, 한국에 퍼져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주로 긴 젓가락으로 음식을 나누는데 사용하고, 일본에서는 밥그릇을 입 가까이 가져와 짧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긁어모으듯 사용한다. 젓가락을 정교한 도구로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젓가락을 사용하면 64개의 관절과 30여 개의 근육을 움직일 수 있고, 작은 물체를 집는 집중력 등 뇌의 운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머리도 좋아지고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젓가락은 도구를 넘어서 정교한 손기술의 원천이며 한국인의 문화와 긍지가 담겨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옛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의미보다 초심을 잃지 말고 목표를 꼭 달성하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젓가락을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음식을 먹는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곡해가 돼서는 안 된다. 바른 자세와 바른 생각이 습관으로 배어 있지 않으면 바른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이러한 가정교육을 밥상머리에서 배웠다. 어머니는 밥상 주위에 둘러앉을 때 귀퉁이에 앉는 것을 경계하셨다. 큰 인물이 되어 밥상 중앙에서 남을 호령할 수 있는 분위기를 집에서부터 교육시키신 것이다.
대물림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쉽지는 않다. 어린 시절 깊은 인상을 받은 추억들을 진지하게 이야기해도 신세대에게는 고리타분하고 진부하다.
그래도 몇 개월에 걸친 잔소리 속에 익숙한 솜씨로 젓가락을 사용하는 자녀들을 보면 흐뭇하다. 식사할 때 밥상 중앙에 앉히고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주면 제법 골격을 갖춘 논리도 편다. 한 상에서 밥을 먹으면서 젓가락을 깨작거린다든지 맛이 없어도 맛있게 먹는 자신의 습관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도 스스로 깨달은 듯하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고, 집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샌다는 옛말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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