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풍 정겨운 코미디
웃음의 포인트는 역할바꾸기. 세련된 외모의 차승원이 트레이닝 바지를 아무렇게나 걸친 이장, 누가 봐도 ‘촌스런’ 외모의 유해진이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군수로 등장하는 것부터가 웃음을 이끈다. 조춘삼은 초등학교 때 만년 부반장이던 찌질이 노대규가 군수가 되자 속이 뒤틀린다. 줄곧 반장만 해온 자신은 이장이 됐는데 말이다. 춘삼은 대규를 끌어내리려는 반대 진영에 앞장서고, 이제부터 둘은 친구가 아니라 그냥 아는 적이 된다.
이장과 군수로 만난 옛 라이벌의 미묘한 신경전은 상황만으로도 웃음을 불러낸다. 하지만 영화는 코미디에 감동과 사회비판을 버무리려는 야심찬 시도를 내비치면서 삐끗한다. 시골과 학교 우정을 내세운 전원일기 풍의 정겨운 코미디는 방사능폐기장 유치라는 사회문제가 끼어들면서 갑작스레 흐트러져 버린다. 넘어지고 구르는 슬랩스틱과 화장실코미디가 등장하는 것도 이때부터다.
방폐장 유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지자체 행정 반대자’로 뭉뚱그려도 되는지 의문이다. 나아가 중앙정치에 대한 비유(반대하지 말라?)로 읽으면 심기는 더더욱 불편해진다. 웃자고 만든 영화, 죽자고 따지지 말라고? 그렇다면 할 말이 없다. ‘이장과 군수’의 마지막 선택은 그다지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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