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철 작가 |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능 공무원 3% 퇴출령’뉴스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고위직 책임자들이 줄줄이 찬성표를 던지자 언론은 양비론으로 보도하였고 보수파들은 공무원이건 교사들이건 철밥통을 깨야 한다며 아킬레스건을 찔러대었다. 물론 관공서 뒤쪽 푹신한 의자에 파묻힌 고위직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고 날아온 돌처럼 어느 날 갑자기 수장이 된 낙하산들에 대해서도 지퍼를 채웠다. 문제는 말단들이다. 이제 깃털 공무원들은 철밥통이 아니라 부서장의 손길에 좌지우지되는 유리 그릇이 되었다.
젊은 날, 인기없던 공무원에 입문해 아등바등 살아가다가 이제사 안정된 자리를 잡나 했던 가장들이 불명예의 비탈길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무사안일주의 운운하던 밥상머리 즉흥적 발상이 살생부를 생산했고 부서장에게 그 칼자루를 쥐어주었으니 그 ‘날서림’이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그들의 고뇌 역시 만만치 않았으리라. 차마 부하직원의 목을 자를 수 없어 직원 투표에 부쳤던 순정파 부서장들이 직위해제 당했으므로 직장 상사의 여린 온정은 절대 금기사항이 되었다.
더욱 한심한 것은 퇴출 대상을 환경미화 용역에 정거장 식으로 투입시킨다는 발상이다. 행정가들이 바라보는 현장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인 것이다. 소위 성적순으로 ‘변소청소’를 시키는 격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환경미화의 현장은 단순노무직들이 몸을 때워 청소만 하는 그런 곳으로 보이나 보다. 현장이 대민행정 낙오자들의 정거장식 수용소가 아니라 시민들과 가장 가까이 피부를 맞대는 ‘살아 움직이는 심장부’라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다. 행정과 현장이 맨살을 맞대고 현장체험의 토대를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데 그들은 기껏 유배지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제 서로 협동과 조화의 행복한 팀을 구성하려는 시도는 무모한 모험이다. 조직의 구성원은 자신의 정보를 동료에게 주지 말고 벽을 더욱 높게 쌓아야 한다. 누군가 죽어야만 내가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을 터득하고 분열과 불신도 당연히 받아 들여야 한다. 묵묵히 ‘오른손 몰래 왼손으로’ 일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항상 문서상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어야 하므로 모든 움직임은 디지털카메라와 파워포인트로 정리하여 놓아야 한다. 이제 장부의 세계다. 아침 출근길, 식솔과 밥그릇을 위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그 민초들은 이제 해마다 단두대 옆을 쪼그라진 심장으로 지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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