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잔혹한 인간의 비열한 본성
‘블랙북’은 나치와 레지스탕스가 등장하는 2차 대전 스릴러다. 네델란드 레지스탕스 일원이면서 나치 장교를 유혹해 첩자 노릇을 하다 장교와 사랑에 빠진 마타하리 레이첼의 이야기다. 공작과 역공작의 회오리에 휘말려 이중첩자로 낙인찍힌 레이첼은 나치가 패망한 뒤에는 나치 가담자들을 색출해 처형하는 양민들에게까지 쫓긴다. 진짜 배신자를 밝혀내지 않는 한 그녀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이다.
버호벤은 70줄의 나이임에도 그의 장기를 열정을 담아 풀어낸다. 레이첼의 역경은 특별한 장치 없이 사건과 결과를 시간 순으로 이어 붙이면서 빠르게 진행된다. 레이첼의 캐릭터를 ‘원초적 본능’에서처럼 과감한 노출로 설명하고, 폭력은 ‘로보캅’식으로 극단적이다.
오랜만에 맛보는 버호벤의 독향(毒香), 나쁘지 않다. ‘인생은 아름답지 않다’는 시선이 불편하지만 지루하진 않다. 특히 끝자락에 벌어지는 일을 주목하시라. 청소년 관람 불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