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희망의 봄이 왔다. 봄이면 나무 심는 계절로 알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도 3천만그루를 심겠다고 한창 분주해 보인다.
도심 속에 많은 나무를 심는 것은 흐뭇한 일이다. 그런데 자세히 둘러보면 우리도시에 더 많은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주변을 둘러보면 심을 자리가 별로 없다. ‘숲 운동`을 하는 사람이 갑자기 나무를 많이 심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니 좀 이상해 보일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심을 곳이 있다면 심어야한다. 넘치지 않고 부족하지 않게 적당함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무리하게 심을 그루수를 설정하고, 심을 곳을 찾는다는 것은 잘못된 듯 싶다. 만약 20-30년 전에 ‘3천만 그루심기`를 주장했다면, 좀 더 적절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듣다.
최근 국내 산림관련단체에서 전국 주요 산을 대상으로 ‘산림건강 모니터링`한 결과가 흥미롭다. 우리나라 숲의 절반 가량이 ‘가벼운 쇠퇴기`를 넘어선 단계를 보이는 등 건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양호하지 않다는 진단이 내려졌다고 한다. 줄기와 잎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수관 활력도`를 기준으로 건강도를 평가했더니, 녹음이 우거진 시기에 죽은 잎이나 가지가 1/4 이상부터 심지어는 고사한 나무가 19%를 차지하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또한 농산촌 지역보다 도시지역의 산림의 쇠퇴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이는 그 동안 우리가 열심히 심기만 했지 제대로 가꾸어주지 못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결과이다.
다행히도 대전충남지역은 그 동안 전국 어느 도시보다 숲가꾸기 사업을 꾸준히 실시하여 숲의 건강 상태가 좋은 편에 속한다. 그래도 아직 숲을 찾아가 보면, 지난 수 십년간 한번도 숲 가꾸기를 해주지 않아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이 들어차 있어 죽어가는 나무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도심 속 공원에서도 너무 밀생하고 양분이 부족하여 생장을 멈추고, 가로수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겨우 생명을 부지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된다.
오래된 유행가 중에 ‘봄이면 씨앗뿌려 여름이면 꽃이피네 가을이면 풍년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라는 가사가 있듯이 적절한 때에 씨앗을 뿌리고 꽃이 피어야 풍년이 되고 행복해질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지금은 심을때가 아니라 잘 가꿀때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녹색을 더 많이 접하게 할 수 있을까? 나무들이 더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잘 관리 할 수 있을까? 에 대하여 차분히 고민해야 할 때 인 것 같다.
푸른 도시는 하루 아침에 오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단계는 적절한 배분과 전문적인 관리 속에서 한 걸음씩 나아질 것이다. 이 좋은 계절 부지런히 나무를 심읍시다. 그리고 심은 후에는 10배는 더 노력을 기울여 가꾸어 주고 관리해 주어야 않을까?
숲과 시민이 모두 건강한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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