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지만 누가 뭐를 하라고 하면 펄쩍 뛰는 분들이 있습니다. 직장에서 회의를 진행하라거나 혹은 발표를 하라거나, 친목 모임에서 뭐를 맡으라거나, 주부님들 중에는 아이 학교에서 어떤 직책을 맡으라고 하거나 하면 말이죠. 혹은 어떤 강좌나 교육 중에 연자가 질문이라도 하면 어쩔 줄 몰라 당황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개중에는 그것이 싫어서 연자의 눈에 덜 띄는 자리를 찾거나 아예 그런 모임에는 발길을 끊는 분도 있습니다. 상황 불문하고 나서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분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소심함은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 삶의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문제로 어려워하는 많은 분들을 뵈면서 내심 이해도 되지만 어떻게 저 소심함을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곤 했었습니다. 헌데 최근에 그 소심함의 실마리가 풀리는 느낌입니다. 어떤 계기로 지난 1년여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입니다.
누가 뭐를 시키면 제 속마음은 참 기뻐합니다. 아마 부족한 저를 불러 준 것에 감사하기도 하고 제가 대충 그만한 정도의 능력을 갖춘 것처럼 생각되어 으쓱하기도 합니다. 제 영광이고 기쁨입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 드는 생각은 잘 못 하면 어쩌나, 누를 끼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듭니다. 좀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게 해서 사람들 손가락질이나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입니다. 이렇게 두 가지 생각이 제 마음 안에서 싸우고 있음을 압니다.
사실 이 생각은 벌써부터 알기는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두 가지 생각의 뿌리가 하나라는 것이 요즘 비로소 와 닿았습니다. 그 두 가지가 모두 바로 제 오만 탓이었습니다. 비록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을지언정 원래 저는 대단히 잘 낫다는 것입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실수해선 안 되고 더더구나 창피를 당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참으로 통절한 반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동안은 부모님 원망도 하고 세상 탓도 하고 그랬지만 그것이 아니고 결국 제 오만함이 제 발목을 잡고 있던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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