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전 총장을 놓고는 ‘책상물림이 돼서….`, ‘선 듯 결단을 못 내린다.`며 ‘지성의 창백성`을 꾸짖기도 한다. 보수와 진보 간의 설전을 듣다보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대 혈전 그 전야를 연상시킨다. ‘대의정치란 말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정력을 소진한다더니….` 지난번 이명박 주자 출판기념회를 놓고도 서로 다른 평이 오고갔다.
‘세과시(勢誇示)`요, 정치적인 행사로 득표행위라고 이기죽댄다. 출판기념회하면 문화행사로 봐 넘기는 게 통념이다. 여기에 YS가 참석, 이에 대한 평도 엇갈리고 있다. 이 민감한 시기에 화분이나 보내면 될 것을 보란 듯이 참석한 이유에 대해 볼멘소리도 있다.
‘노룡(老龍)의 거동`이니 ‘찬스에 강한 인물` 운운하며 이기죽댔다. 전직대통령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고 이기죽댔다. DJ가 노벨평화상을 탔을 때 ‘노벨상도 타락했구먼!` 했다는 YS. 화분만 보내도 되는 것을 유별나게…. 이렇듯 지도자의 일거일동은 예민하게 비쳐진다. 사사로운 기념행사라지만 때가 때인지라 이런 평이 나오고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어느 한 쪽의 보폭에 따라 자칫 DJ는 물론 ‘꾀쟁이` JP까지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3金 시대는 종언(終焉)을 고한지 오래고 또 그들은 섭정(攝政)(?)이나 훈수를 삼가야 한다는 게 여론이다. 그렇다면 노용(老龍)들은 훈수를 하거나 지방색과 계파를 따질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작가 金洪信 우리 곁으로
소설 ‘인간시장`으로 유명한 김홍신이 정치에서 손을 씻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김홍신`은 박경리, 최인훈, 이문열, 조정래, 고은과 함께 노벨문학상 유망주로 꼽히는 작가다. ‘인간시장`은 600만부가 팔려 스타덤에 오른 소설로 김홍신은 국회의원보단 소설가가 더 어울리는 인물이다. 그는 국회의원 2기를 지낸 바 있다.
필자는 그의 애독자지만 우연한 기회에 맞부딪힌(?) 일이 있다. 그가 ‘DJ저격수`로 한창 날리던 때 일이다. 〈공업용 ‘미싱(재봉틀)`으로 입을 드르륵….〉했으면 하고 직격탄을 날렸을 때 필자는 칼럼을 통해 그를 꼬집었다. 그 칼럼이 눈에 거슬렸던지 ‘서운해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DJ공격도 좋지만 소설가 김홍신으로선 어울리지 않는 언동이라 보아 그런 글을 썼다. ‘DJ저격수`는 언론계와 야당의원 가투(街鬪) 전위대 등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김홍신은 ‘상대를 공격함에 있어 마구잡이 언어(修辭)는 자제해야 한다.`는 뜻으로….
그 일이 있은 후 세월은 흘렀다. 엊그제 심야프로에 김홍신이 출연, 정치를 접고 소설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깔끔한 용모에 차분한 어조, 정연한 논리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세월이 지난 뒤에야 내 앞에 남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회고한다.
평범한 이 한마디가 뭉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는 또 이런 말을 했다. 지난날 상대를 자극했거나 충격을 준 점에 대해 미안한 마음 금할 수 없다고…. 잠결에 들은 이야기지만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그는 ‘모범의원`으로 꼽혔고 직언을 서슴지 않아 ‘저격수`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었다. 그런 김홍신이 세련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 온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정치 앞에 정감을 느끼질 못한다.
예술인이 정치에 입문, 성공한 예는 드물다. ‘김한길`이 건재하다지만 ‘최무룡`, ‘강신성일`은 유치장 신세를 진 일까지 있다. 정치적으로도 성공한 김홍신, 앞으로 제 2, 제 3의 ‘인간시장`을 집필, 노벨상을 받아 겨레와 고장을 빛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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