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우주안전인증센터장 |
비행안전성이라는 용어는 영어로 ‘Airworthiness’ 라고 하는데, 항공기가 공중에서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안전성의 확보는 우수한 성능의 항공기를 설계하는 것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항공기의 설계-생산-운용의 전 과정에서 안전기준에 적합하여야 최소한의 안전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안전성인증은 이 과정에서 그 적합성을 기술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여 법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다.
항공기의 안전성인증의 첫 단계는 항공기의 설계에서 시작하는데, 설계는 창의적 활동으로서 경쟁적으로 기술적 우월성을 추구하지만 어떻게 안전성을 입증할 것인가는 문제와 항상 병행하여 이루어져야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이 세계의 항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경이적인 항공기 개발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안전한 항공기의 인증이 병행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라이트 형제가 세계 최초로 동력항공기를 개발하여 시험비행을 한 것이 1903년 12월의 일이고 이때의 최고기록은 59초 동안 260m를 비행한 것이다. 그런데 이 최초비행이 있은 지 불과 4년 후인 1907년 12월 미 육군 통신대의 항공기 구매를 위한 인증사양서를 보면 2인승의 항공기로 시속 40마일의 속도로 3시간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로 라이트 형제는 이러한 항공기를 1908년 8월까지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어린아이 걸음마 수준의 항공기개발이 매우 짧은 기간에 곧바로 실용적 항공기의 공급으로 발전한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항공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시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연구개발의 실용화 사례로 검토해 볼 만하다. 또한 초기부터 인증의 개념이 도입된 것과 이것이 항공기 발전의 근간이 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00여년의 항공 역사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50여년의 역사에 불과하지만 항공운송 분야에서는 현재 세계 10위 이내에 들어 있으며, 항공기개발 분야에서는 우수한 성능의 훈련용 항공기를 개발하여 군에서 운용 중에 있다. 그러나 민간 항공기 분야에서는 아직 세계시장에 내놓은 우리의 상품이 없다.
산업계의 안전성 인증 기술은 법적 인증을 받기 위한 안전성 입증 기술을 뜻한다. 이러한 안전성 인증의 기술은 선진국의 항공업체가 그들의 독자적인 기술축적, 즉 노하우(know-how)로서 대외 공개를 철저하게 제한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우리 산업계가 스스로 습득하여야 할 기술이다. 고가의 대가를 지불하고 기술이전을 받을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개발자가 항공기 안전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전성 인증이 되지 않은 항공기는 아무리 성능이 우수한 항공기라 할지라도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것이므로 항공기의 개발에서는 필수적으로 안전성 인증 기술의 확보와 인증 기반 구축을 병행하여야 한다.
항공기의 안전성 인증은 누구나 그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지만 ‘어떻게 안전성을 입증할 것인가’라는 방법론은 쉽게 획득할 수 없는 노우하우로서 항공기 개발과 병행하여 해결하여야 하는 필수적인 숙제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