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사관은 한 개인이 가지는 관점이 될 수도 있고, 하나의 사회가 지니는 가치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학에 있어서 사관의 선택은 가장 중요한 역사철학이기 때문이다.
역사관을 사회적 가치관의 하나로 인식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어떠한 역사관을 선택하여 살아가느냐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과학이다. 사관은 역사가에 의하여 형성된다. 역사가는 많은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여 역사가가 가지고 있는 역사인식과 역사철학을 토대로 하여 역사관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이루어진 한국사학사에 있어서 대표적인 사관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단재 신채호의 민족주의사관을 들 수가 있다. 민족주의사관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민족의 역사적 발전과 국민의 민족적 자각을 사상적으로 뒷받침해주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민족적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사관을 제시한 단재의 역사서술에는 장점과 함께 문제점도 없지 않다. 그의 사관이 너무 지나치게 민족을 세계로부터 고립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는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의 역사로 파악하여 민족적 자각을 뒷받침해주는 한국사관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둘째, 1930년대 백남운에 의해서 논의된 사회경제사관은 일종의 유물사관의 하나로서 관학자들의 식민주의사관과 민족주의사관을 아울러 배척하고 일원론적역사법칙을 내세웠다. 이로 인한 한국사학에 상처도 주었다.
셋째, 실증주의사관은 실증적인 태도로 객관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함으로써 한국사의 올바른 이해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실증사학은 개별적인 사실의 천착에 골몰하여 한국사의 체계적 인식을 소홀히 함으로써 학문이기보다는 역사학을 취미로 연구하려는 경향도 있었다.
이상과 같은 민족주의사관과 사회경제사관, 그리고 실증주의사관은 오늘날 한국근대사학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것도 사실이나 부정적인 견해도 있었다.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이며 한국사는 곧 한국인의 역사이다.
그런데 종래 한국사의 서술은 종종 인간이 없는 역사인 경우가 많았다. 누가 역사를 만들고 움직여왔는가 하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제도와 사건의 서술로 맺음할때도 있었다.
한국근대사학에는 인간을 중요시하는 전통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족주의사학에서는 민족을 중요시했고 사회경제사학에서는 계급을 중요시하였다. 한국사를 인간의 역사로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현대판 역사주의와 역사관의 갈등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까이는 일본이 남긴 식민주의사관이 되살아나고 있으며 중국의 전통주의적 사대사관이 동북공정이라는 흐름을 타고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오늘날 21세기는 역사문화의 세기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문명사적 변화를 통하여 문화관광과 문화산업 개발이라는 흐름으로 탈바꿈해가는 변화속에 살고 있다.
참고로 우리들은 문화의 생성 소멸을 유기체적 생태에 비유한 독일의 슈펭글러(O.Spengler)나 영국의 토인비(A. J.Toynbee)사관, 그리고 역사의 주체가 정치에 있지 않고 예술, 문화 등 광범위한 인간 활동 분야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야한다는 부르크하르트(J. Burckhardt)의 문화사관 등을 연구하여 새시대를 열어가는 새역사철학을 탐구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때라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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